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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맹녕의 골프영어산책] "평양에서 배운 골프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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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맹녕의 골프영어산책] "평양에서 배운 골프용어" 스코어카드 하단에 적힌 골프장 영문명이 'PYONGYANG golf jang'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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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와 마약은 인민 최대의 적."

북한에는 그러나 골프장이 있다. 바로 평양 시내에서 38km 떨어진 남포시 태성호에 조성된 평양골프장이다. 1987년 4월 김일성의 75회 생일을 기념해 조총련 상공인들이 건설해 기증했다. 18홀(파72ㆍ6200m) 규모로 그린피가 미화 100달러 정도다. 2명의 캐디가 수동카트 2대에 각각 2개의 골프백을 싣고 플레이어를 도와주지만 별도의 캐디피는 받지 않는다.


태권도 용어가 한국어인 것처럼 스코틀랜드에서 출발한 골프 용어 역시 모두 영어다. 평양골프장은 그러나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골프용어를 북조선 주체식으로 만들어 사용한다. 클럽하우스 입구 1층 소간판의 골프장 이름에는 실제 '컨트리클럽(Country Club)'이나 '골프클럽(Golf Club)'을 붙이지 않고 'Pyongyang Golf Jang(평양골프장)'이라고 적혀 있다.

경기보조원 동무(캐디)에게 1번홀 티잉그라운드(teeing ground)에서 골프백에서 티(tee)와 공을 꺼내 달라고 하자 티잉그라운드는 '타격대', 티는 '공알받이', 공은 '공알'이라고 고쳐서 말한다. 필자가 가장 긴 나무채(1번 우드)로 친 공이 아웃오브바운즈(OB)가 났다. "경계선(월경) 밖이니 다시 치시라우요"라며 낡은 볼(lost ball)을 준다. 공이 그린에 올라가자 "잔디구역(fairway)에서 깃발을 향해 쇠채(iron)로 친 공이 정착지(on green)에 잘 올라탔다"고 한다.


속살 쑤시개(putter)로 올경사와 내리경사를 잘 봐야 카브(cup) 구멍에 단 한 번 만에 집어넣어 버디를 잡을 수 있지만 결국 빠(par)로 끝났다. 다음은 180m 짧은 거리 홀(파3홀)이지만 거리가 있어 3번 나무채로 쳤는데 정착지 앞 모래 방해물(bunker)에 빠졌다. "대여 그로브(club)인데다 갑작바람(돌풍) 때문에 나쁜 휘두름(swing)이 나왔다"는 위로를 들었다.


"허기가 져 그늘집에서 라면을 먹고 싶다"고 하자 "정식 매대(snack bar)는 없고, 임시 설치장에서 러시아과자를 먹으라고 권하면서 '꼬부랑 국수'는 골프장에서 팔지 않는다"는 대답이다. 워터해저드는 물 방해물, 파4홀은 중간거리 홀, 파5는 먼거리 홀, 챔피언 티는 뒤타격대 등의 용어로 쓰이고 있다.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1991년 평양골프장 개장 기념라운드에서 홀인원을 무려 11개나 하면서 38타를 쳤다고 한다. 세계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도 이 기록을 경신하지는 못 할 것이다. 필자가 일일이 북한의 골프용어를 메모하자 북한의 경기보조원은 "남한 골퍼들은 고유한 조선말이 있는데 왜 자본주의 국가의 외국어를 계속 쓰는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오히려 의아해했다.


북한 당국은 1997년부터 축구나 골프 등에 국제공용어를 쓰라고 지시하고 있지만 대다수가 아직도 주체식 골프용어를 고집하고 있다. 돌아오는 기내에서 평양시내를 내려다보면서 경기보조원이 조선골프용어를 왜 안 쓰느냐고 한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우리말 순화면에서는 북한이 오히려 앞섰다는 기분이 들었다. 통일이 되어 북한에서 골프를 치게 된다면 남한골퍼들이 상당한 언어차이로 혼란스럽겠지만 그래도 행복해할 것이다.



글ㆍ사진=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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