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윤주 기자] 역사 교과서를 현재 방식대로 여러 출판사에서 집필해 정부의 검정을 받게 하느냐, 아예 정부가 주도해 하나의 교과서로 통일시키느냐의 문제에 애먼 '유관순 열사'가 오르내리고 있다. 몇몇 출판사들의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에 유관순 열사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 역사 교과서 '국정 전환'의 논거로 떠오른 것이다.
의원 시절부터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주장해왔던 황우여 신임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일부 한국사 검정 교과서에서 유관순 열사와 관련한 서술이 빠진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고, 일부 언론이 이를 국정화 추진의 '드라이브'로 삼는 논지의 기사를 보도한 것이 발단이 됐다.
그러나 황 장관의 발언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 사업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 유관순 열사를 '업고 가려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역사학자들은 일부 고교 한국사 교과서에서 유관순이 빠진 이유는 그에 대한 관점의 차이 때문이 아니라 초중고 교육과정을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천재교육의 고등학교 한국사와 중학교 역사 교과서를 함께 집필한 주진오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는 "중3에서 비중 있게 배운 인물이기 때문에 고교 교과서에서 반복하지 않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교학사 역사 교과서가 친일·독재를 미화했다는 논란을 일으키며 역사교육 현장을 한바탕 격랑에 빠뜨리자, 예전처럼 정부가 한 종의 교과서를 만들어 통일하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이 잠시 고개를 들었다. 이는 더 큰 논란을 불러오며 없던 일이 되는 듯하더니 최근 황 장관이 새로 부임하면서 국정교과서 논란은 다시 불이 붙었다.
황 장관은 인사청문회 자리에서도 역사교육에서만큼은 '국론 분열'이 없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역사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분열'이라고 보는 시각은 위험하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라는데, '대화'를 하나의 입으로만 가능하게 한다는 것은 난센스가 아닌가.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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