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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아빠' 죽이기…소문으로 인격 습격하는 사회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20초

'뒷담화 귀신'이 단식하는 父心을 물어뜯다

외로운 싸움 진실성 훼손 미확인 비방들 마구 쏟아내 치명타 입히기
댓글·SNS 계정 이용 인적사항 노출 않고 조직적 비방…신고 급증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수사ㆍ기소권이 보장된 특별법 제정을 위해 50일 가까이 단식 중인 김영오씨에 대한 도를 넘는 비방ㆍ중상이 계속되고 있다. 자식을 잃고 그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호소하는 부모의 진정성조차 공격받고 조롱받는 현실을 두고 '신뢰'가 무너진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세월호 희생자ㆍ실종자ㆍ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가대위) 등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세월호 희생자 고(故) 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씨에 대해 근거 없는 악성 비방ㆍ중상이 온ㆍ오프라인 상에서 계속되고 있다.


김씨에 대한 비방은 대체로 '개인사'에 관련한 부분이 많다. 김씨가 이혼 후 자녀들에게 생활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는 허위 루머부터 그의 취미인 국궁(國弓)이 '귀족 스포츠'라는 억측까지 다양하다. 폭언ㆍ폭설 역시 이어져 지난 22일에는 뮤지컬 배우 이산씨가 자신의 SNS에 '그냥 단식하다 죽어라' 라는 글을 올려 물의를 빚기도했다. 급기야 이를 반박하기 위해 26일 김씨는 SNS를 통해 자녀들의 핸드폰 요금 등을 지급한 통장 사본과 유민 양과의 생전 SNS 대화내용을 공개하기까지 했다.

비방ㆍ중상 행위에 대한 신고도 빗발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와 함께 세월호 유족 명예훼손ㆍ비방에 대한 법적 대응 활동을 벌이고 있는 정철승 변호사에 따르면 지난 나흘간 정 변호사의 SNS를 통해 접수된 명예훼손 관련 신고 건수는 50여건에 달했다. 또한 가대위 측으로 네티즌들이 직접 신고한 건수 역시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익명의 댓글ㆍ트위터 등에 대한 신고가 어렵다는 점, 실명을 공개하면서 비방행위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신고가 주를 이룬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은 숫자가 아니라는 것이 정 변호사의 설명이다.


더 큰 문제는 인터넷의 익명성을 활용해 '교묘하게' 유가족을 비방ㆍ중상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초기 일부 유명 인사들에 의해 비방ㆍ막말이 쏟아졌다면 이제는 일반인까지 그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 변호사는 "최근에는 댓글이나 SNS 계정 등을 이용해 교활하게 자신의 인적사항을 노출하지 않는 식으로 비방행위를 하는 사례가 많다"며 "(비방) 글이 올라오는 시간대가 일정한데다 내용도 횡설수설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조직적인 행위가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비방ㆍ중상행위를 두고 전문가들은 특별법 지연에 따른 반작용이라는 분석과 함께 개인의 책임 문제도 방기할 수 없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며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 점차 지쳐 역으로 그 원인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됐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며 "그러다 보니 (유가족에 대해) 의심하고, 각종 유언비어가 양산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변호사는 "루머를 퍼트려 놓고도 '신문에서 본 것 같다'는 식으로 항변하는 상습범이 적지 않다"며 "이에 부화뇌동하거나 고의적으로 악담을 퍼트리며 재미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경각심을 일깨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현상이 구성원에 대한 '신뢰'를 잃은 채 표류하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권정혜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우리 사회에 '신뢰의 붕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라며 "사회 구성원 간 신뢰가 구축돼 있지 않다 보니 (유가족에 대한) 온갖 루머와 비방이 판을 치게 되고 구성원간 협상(Neogotiation)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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