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환율, 6년만에 최저
국내 수입 작년보다 47%나 늘어…판매부진 털기 안간힘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국내에서 영업중인 일본 완성차업체가 2~3년 전 미국 등으로 돌렸던 공급망을 다시 자국인 일본쪽으로 바꾸고 있다.
원·엔 환율이 당시에 비해 40% 가까이 낮아진 만큼 일본에서 생산된 제품을 한국에 들여와 파는 게 수익성이 좋기 때문이다. 독일차의 득세로 일본 완성차업체가 최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환율 덕을 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7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국내 수입된 일본산 완성차는 2만719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6.9% 이상 늘었다. 이는 완성차 브랜드의 국적을 따지는 게 아니라 최종생산지를 따져 조사한 결과로, 일본은 주요 완성차 수입국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표면적으로는 독일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유럽차 판매가 크게 늘고 있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일본에서 수입해오는 차가 더 빨리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산 완성차수입은 2010년 2만3622대 수준이었으나 2011년(1만7852대), 2012년(1만9171대) 급감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월 3000~4000대 수준으로 늘기 시작했으며 올해는 5만대 가까이 수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산 완성차의 수입이 크게 는 건 환율효과로 풀이된다. 원·엔 환율이 3년 전에 비해 40% 가까이 떨어진 만큼, 국내에서 영업중인 일본 완성차 판매법인이 자국에서 만든 제품을 더 싸게 들여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토요타자동차를 제외한 한국닛산이나 혼다코리아는 엔화로 대금을 결제한다.
2, 3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 있는 일본 완성차업체는 수입선 다변화에 골몰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엔화강세로 일본에서 생산된 제품을 수입해 올수록 환차손이 컸기에 미국 내 공장에서 만든 제품을 들여왔다. 도요타 캠리나 혼다 어코드 등 각 업체마다 주력으로 내세우는 차종은 여전히 원산지가 미국이다.
국내 수입차 시장이 수년간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일본 브랜드가 유독 부진했던 만큼, 각 업체마다 최근 환율흐름을 계기로 판매부진을 만회하겠다는 속셈을 내비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간 일본 브랜드 차량의 신차등록대수는 전년 대비 4.6% 줄었다. 전체 수입차 등록대수가 25% 이상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처참한 성적표다.
일본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환율변동폭이 즉각적으로 판매가격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산 제품을 수입하는 가격이 싸진 만큼 수익성이 높아진 건 사실"이라며 "다양한 판촉활동에 나설 여지가 커졌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완성차시장에서 대세로 꼽히는 디젤엔진 라인업 부족은 여전히 걸림돌로 꼽힌다. 수입차는 물론 국산 승용차도 디젤엔진 모델의 판매가 크고 늘고 있는데 도요타나 혼다 등 일본 브랜드의 경우 디젤엔진이 들어간 차종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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