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제 발로 찾아오는 중국인들의 지갑만 바라보며 성장했던 해외 명품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유럽 여행을 하면서 명품 가방 한 두개 쯤은 필수적으로 샀던 중국 관광객들이 최근 명품 소비에 지갑을 잘 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관광객들이 여행만 하고 쇼핑을 잘 하지 않는 쪽으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 탓에 유럽 명품업계의 축제가 끝났다고 21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세계관광협회(WTO)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여행을 다녀온 중국인 수가 1억명에 육박하면서 중국인은 세계 여행업계 최대 VIP로 자리 잡았다. 올해는 1억명 돌파가 예상되고 있다. 중국인 해외 여행객 수는 지난해 보다 18% 증가해 총 1억16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관광객의 씀씀이는 다른 국적 관광객들 보다 크다. 관광객 세금 환급(텍스리펀드) 업무를 전문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글로벌 블루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세금 환급 신청의 27%가 중국인들로 부터 나왔다.
그런데 유럽을 중심으로 중국인들의 소비가 빠르게 꺾이고 있다. 명품업계 '안방'인 유럽에서 중국인들이 지난해 세금 환급을 신청한 규모는 18% 늘어나는데 그쳤다. 2012년만 해도 증가율이 57%에 달했지만 해가 갈수록 증가율 그래프는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다.
명품 매장들이 즐비하고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홍콩도 상황은 마찬가지. 연 초만 해도 홍콩 내 명품 제품 판매 규모는 전년 동기대비 10% 가량 증가했지만 지난 6월 그 규모는 28%나 감소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유럽 내 명품 매장 안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명품 브랜드로 알려진 보테가 베네타 밀라노 매장 점원은 "2012년만 해도 이곳을 찾은 중국인 관강객들의 소비가 볼 만 했다"면서 "나이가 지긋이 듯 중국인 관광객들이 통역사들을 데리고 쇼핑을 했으며 마치 자신의 돈을 쓰는 게 아닌 듯 크게 검토하지 않고 제품을 계산대에 올려놨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요즘은 젊은 중국인 커플 고객들이 많아졌고 이들은 제품을 신중하게 고르고 구입 여부를 고민 한다"고 전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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