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현대기아자동차 노사가 그동안 '편한 길'만 찾아왔다. 국민들의 사랑을 계속 받기 위해서는 노사 모두 변화해야 하는 시점이다. 70을 주고 30을 얻는다는 마음이 필요하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람과 사람사이 가장 큰 약속이 결혼이고 두 번째가 고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장관은 "근로자는 회사에 들어가 열심히 일하겠다는 약속이고 기업은 거기에 걸맞은 보상을 하겠다는 약속"이라며 "현대차 노사는 교섭이 파업형태로 흘러가고 있는 것에 대해 각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최대 노동조합인 현대차 노조는 오는 22일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1987년 출범 후 2009~2011년을 제외하곤 매년 파업을 연례행사처럼 치르고 있다. 기아차 노조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이 장관은 "(현대차)노사가 지금까지 쉬운 길을 택해왔는데, 올해도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며 "노동계에 미치는 파급이 큰 기업인만큼 먼저 새로운 고용생태계를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지난 10년간 고용시장에 하도급, 간접고용이 늘어나고, 원청과 하도급 간 근로조건 격차가 확대됐다"며 이 배경으로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노조활동 ▲연공서열 임금체계 ▲기업의 직접고용 회피(하도급 활용) 등을 꼽았다. 이로 인해 대기업 정규직과 3~4차 협력사 직원 간 근로조건 격차는 우리 사회의 큰 숙제로 떠오른 상태다.
그가 강조하는 새로운 고용생태계는 무엇보다 노사 양보가 전제 돼야한다. 쉽게 말해 노조는 정규직의 임금인상을 자제하는 한편, 하도급과 3~4차 협력사까지 수익이 흘러가도록 '나눠야' 한다. 대신 사측은 직접고용을 늘리고 하도급, 간접고용을 줄이는 동시, 신규 고용창출에 힘써야 한다.
이 장관은 "사측이 그간 편한 길을 걸으며 하도급, 간접고용을 늘려왔다면, 이제는 장기적으로 직접고용을 확대하는 새로운 임금체계를 만드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현대기아차는 외환위기 이후 국내공장 증설, 신설을 거의 단행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귀족노조라는 불명예스런 이름을 얻은 노조에 대해서도 "집행부와 각 계파, 조합원도 더 이상 자기만 생각해서는 안된다"며 "(노조가)남과 임금을 공유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미래 지향적 고용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장관은 "올해부터 2~3년간이 새로운 고용생태계를 만들어야 할 절체절명의 시기"라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이 같은 변화가 결코 한해, 단기간에 가능하지 않음도 인정했다.
그는 "큰 방향성을 정해놓고 단계적으로 전체 고용관계와 임금체계 등을 어떻게 해야 할 지, 필요하다면 전문가와 정부의 도움을 받아 결정해나가야 할 것"이라며 "이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국민들이 계속 현대기아차를 사랑할 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평소 진정성을 강조해온 이 장관은 노사 소통 과정에서 그 무엇보다 '진정성'이 필요하다는 점도 빼먹지 않았다.
그는 "사측에서 강한 의지로 전체 근로자를 설득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10~20년을 내다보고 국내 공장을 지을 수 있다는 마스터플랜을 갖고 임할 것"을 제언했다. 이어 "그 혜택이 3~4차 협력사, 미래세대에 돌아가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원청 근로자들도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확신이 가야한다"고 덧붙였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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