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전문가 10人 금리전망
낮은 인플레 고용 우려 완화…미 연준 내년 3분기 0.5% 금리 인상 전망
"한국에 영향 작아 더 내릴 것" "경기 이미 회복국면이라 동결"…5대 5 베팅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15개월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추가금리 인하여부를 놓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결론적으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향배에 영향을 줄 최대변수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미국의 출구전략이 가시화되고 있는 시점에 한국은행이 거꾸로 기준금리를 내리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들의 주된 논거다. 반면 25bp(bp=0.01%포인트) 금리 인하로 얻을 수 있는 효과가 제한적인데다 미국 경제회복과 한국의 내수경제 회복의 연결고리가 높지 않다는 점, 미국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한 차례 더 인하할 수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18일 국제금융센터와 금융권에 따르면 해외 투자은행(IB)들은 대체로 미 연준이 내년 3분기를 전후해 정책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윤인구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서에서 낮은 인플레이션과 고용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면서 일부 투자은행(IB)들이 3분기에서 2분기로 조기 금리인상을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HSBC와 크레디트스위스는 현재 제로(0∼0.25%)에 가깝게 운용되는 연준의 정책금리가 내년 3분기 0.50%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UBS와 씨티그룹도 인상 시기를 3분기로 보고 금리가 한 번에 0.75%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도이치뱅크와 바클레이즈는 연준의 금리 인상 예상 시점을 내년 3분기에서 2분기로 앞당겼다.
이 때문에 한은이 추가로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가 어렵다는 전망이 짙게 깔리고 있다. 미국은 금리를 인상하는데 국내 금리가 떨어지는 추세가 나타나면 급격한 자본유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자산분석실장은 "9월 FOMC에서 옐런 의장의 양적완화(QE) 종료와 금리인상, 재투자 중단 등에 대한 견해 나올 것"이라면서 "이런 시점에서 한국은행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서는 것은 크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신얼 현대증권 연구원도 "미국 연준의 출구전략 가시화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당분간 동결을 예상했다.
기준금리 동결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경기가 이미 회복국면에 들어선 것도 금리 인하 명분을 떨어뜨린다고 평가했다. 통계청과 한은에 따르면 7월 취업자는 2597만9000명으로 지난해보다 50만5000명 증가했다. 6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도 107로 전월보다 2포인트 상승했다.
신홍섭 삼성증권 스트래지스트는 "이 총재는 경제 주체의 심리회복을 강조했는데 경기반등 신호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면서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박혁수 대신증권 스트래지스트도 "한은은 금리인하의 배경을 '경기 하강리스크를 사전차단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는데 지금 경기는 회복국면에 서 있다"고 말했다.
반론도 만만치않다. 경기회복 원동력으로 내수활성화에 방점을 찍고 있는 국내 경제에 미국 출구전략이 주는 영향은 제한적인데다 25bp로는 경기회복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추가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는 김대형 유진투자선물 연구원은 "미국과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을 연결하는 배경에는 미 경제 호전이 한국에도 전이돼 기준금리 인하가 힘들어진다는 것인데 이 논리는 상당히 연결고리가 약하다"고 지적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배경이 수출보다는 내수회복에 있기 때문에 미 금리 향방이 우리경제에 영향을 주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권한욱 교보증권 연구원도 "5∼6개월만에 인하를 재개한 게 아니라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내려 정책기조가 확 달라진 점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금리 인하로 정책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한 차례 더 인하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정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25bp에서 끝나버리면 오히려 장기금리가 올라갈 수 있다"면서 "25bp 인하로는 신경제팀과 정책공조를 이뤄 경기 회복 효과를 실현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에 '베팅'한 전문가들은 추가 인하 시점을 3분기 경제성장률이 발표되는 10월 이후로 꼽았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정부에서 경기부양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고 가정하면 3분기 경제성장률이 나오는 11월께 금리가 인하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10월 24일 3분기 실질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발표한다. 여기서 특별한 개선 신호가 없으면 기준금리를 한번 더 인하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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