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자 월급 1000년 이상 모아야 집사
[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북한에서 지방의 집값이 10년 사이에 5배 이상 뛰면서 주민들은 ‘내집 마련’의 꿈은 꾸지도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현지시간)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 보도에 따르면, 평안남도의 개천시에는 1만달러가 넘는 아파트가 적지 않으며 시내 중심가에서는 방 두 개짜리 아파트는 7000달러, 4칸짜리 단독 주택은 1만500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북한의 평양이나 신의주 지방은 전부터 달러로 집이 매매되기 시작했는데, 평성과 순천 등 도매상권이 발달된 지방에서 달러로 집이 거래되면서 집값이 오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천시는 북한에서도 내륙지방에 속해 석탄 외에 자원도 별로 없고 상권도 발달되지 않은 곳인데도, 물가 상승으로 10년 사이 주택 가격이 5배나 뛰었다.
북한에서 주택은 국가소유지만, 공급이 달리면서 주민들끼리 웃돈을 주고 명의를 변경하는 식으로 암거래 하고 있다.
이렇게 매매되는 주택에 한해 구매자에게 사용권이 주어지는데, 소유권도 행사해 다른 사람에게 전매도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급 간부들은 현직에 있을 때 단독 주택을 지어놓고 은퇴 후에도 차지하는 데, 이런 집들은 1만5000달러가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일본 귀국자들이 사는 아파트도 10년 전만 해도 3000달러에 매매됐지만 지금은 1만달러가 넘을 만큼 값이 크게 뛰었다.
지방의 주택가격이 상승한 이유는 물가상승이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을 방문한 복수의 북한 주민들은 장마당에서 쌀과 고기 등이 중국 위안화와 달러로 거래되면서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고 전하고 있다.
세계경기 둔화로 중국과 한국 등 외국에서는 부동산 거품이 서서히 꺼지는 추세지만, 북한은 외부 영향에 관계없이 내부 수요와 공급에 따라 여전히 상승단계에 있다는 설명이다.
치솟는 주택가격 때문에 ‘내집 마련’의 꿈도 깨졌다. 이에 따라 장성한 자녀들을 결혼시키고도 집 살 돈이 없어 함께 사는 동거살림 가족도 늘고 있다.
현재 북한 노동자의 월급은 3000원(암시세 환율 0.4달러) 수준으로, 근로자 한 명이 5000달러짜리 주택을 구입하자면 1000년 이상 꼬박 먹지 않고 월급을 모아야 가능하다고 RFA는 지적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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