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홍성담 작가의 걸개그림 '세월오월'이 전시 유보 등 파행을 겪으면서 광주비엔날레 책임 큐레이터가 사퇴입장을 밝혔다.
광주비엔날레 20주년기념 특별프로젝트의 전시 책임큐레이터인 윤범모 가천대 교수는 10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전시 파행에 책임을 지고 책임큐레이터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논란이 된 홍작가의 작품은 특별프로젝트 출품작으로 1980년 5월 광주의 시민군과 주먹밥아주머니가 세월호를 들어올려 시민 학생들을 구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작가는 세월호 참사의 책임이 정부에 있다고 보고 박 대통령을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의 조종을 받는 허수아비로 묘사해 광주시로부터 수정 요구를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지난 8일 오후 작가는 박근혜 대통령을 닭으로 바꾸고 박 전 대통령의 계급장을 가리는 등 수정된 작품을 내놨다. 하지만 광주비엔날레 측은 결국 전시 유보으로 결론을 지었다.
윤 교수는 "책임큐레이터로서 정치적 해석으로 인한 논란의 최소화와 이 프로젝트의 취지를 살리려는 생각으로 부분적 수정을 제안했고, 작가도 이에 일부 동의해 수정작업을 거쳤지만 전시여부를 결정하는 회의 자리에서 전시 총괄 책임자로서의 역할에 한계가 있음을 확인했다"며 "회의에서 작가의 다양한 시도와 수정 과정을 소개했다. 제출된 최종 완성작은 문제가 되는 부분의 특정인이 없음을 강조했고, 때문에 전시하지 않을 명분이 없다고 보았지만 이같은 의견은 수용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이번 사태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한 사례로 기록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사퇴 표명에 대해 "전시 파행에 따른 도의적 책임을 간과할 수 없고, 또 다양한 목소리를 수용했던 광주비엔날레의 전통과 명예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입장 표명"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이와함께 "무엇보다 이번 사태로 특별전에서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노신의 목판화 운동, 케테 콜비치의 작품, 나눔의 집 위안부할머니들의 그림 등이 상대적으로 조명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