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재고 감축' 필요성 공감하나
단계적 축소 아닌 '구매 정지'는 극단적
"어떤 우량기업도 생존 불가능할 것"
"보여주기식 채권 상환유예 아니라면 대승적 결단을" 호소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이동통신사들이 얘기하는 추가 재고 감축의 필요성은 공감합니다. 그러나 단계적 재고 축소가 아닌 2개월 동안 단 한대의 제품도 구매하지 않는 극단적인 방법으로는 어떤 우량기업이라도 생존이 불가능할 것입니다."
팬택은 4일 '이통사 구매 거부에 대한 팬택의 호소문'을 통해 "5일까지 이통사들의 단말기 구매가 이뤄지지 않으면 법정관리 신청이 불가피하다"며 "사업운영을 통한 채권 상환이라는 지급유예 본연의 취지와 팬택 생존을 기대하는 관련 업계의 바람을 통찰해 이에 부합하는 현명한 결단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이통3사는 지난 달 24일 공동으로 '팬택 상거래 채권에 대해 2년 무이자 조건의 지급 유예' 결정을 밝힌 바 있다. 이후 팬택 채권단도 이를 반영한 팬택 정상화 방안을 재결의, 팬택의 워크아웃을 지속하기로 했다.
그러나 당장의 급한 불을 끄기위해 필요한 현금 확보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통사들이 과대 재고를 이유로 팬택 단말기 구매를 거부하고 있어서다. 현재 이통사들이 보유한 팬택 재고는 약 50만대 수준이다.
팬택은 이통사들이 구매를 거부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인 과다한 유통재고가 현재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소규모 영업이익을 실현한 지난 1~2월 팬택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13%, 유통재고는 60만대 수준이었다. 영업정지 기간 동안 유통재고는 70만대 이상까지 급증했으나, 6~7월 제품 공급을 못해 현재는 50만대 수준으로 줄었다. 팬택 측은 "개통 실적을 반영한 공급을 통해 충분히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팬택은 "결국 상거래 채권 상환 유예가 팬택과 협력업체의 생존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통사의 논리와 이익만을 추구하기 위한 보여주기 식 결정이라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즉각적인 제품 구매 및 대금결제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팬택의 워크아웃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며 팬택 및 협력업체의 고사는 막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어 이통사에 "즉각적인 제품 구매 및 대금 결제를 마무리 해 줄 것과 지속적으로 최소 수량 구매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팬택은 "현재의 위기를 초래한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팬택 경영진은 회사가 정상화의 길을 걸을 수만 있다면 모든 희생을 감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통사의 결단이 없는 한 팬택은 어쩔 수 없이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지난 23년 동안 대한민국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해 온 팬택과 수많은 협력업체의 존재가 사라지지 않도록 이통사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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