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됐던 팬택이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재개한다. 급한 불은 끈 셈이지만 정상화까지는 헤쳐 나가야 할 과제들이 많이 남아있어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해 팬택 채권단은 지난 1일 경영정상화 방안을 수정 결의하고 워크아웃 개시를 공식 통보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앞서 지난달 31일 "산은을 비롯해 우리은행, 농협은행 등의 동의로 워크아웃 요건(채권액 비율 기준 75% 이상이 동의)을 충족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산은의 채권비율은 41.2%, 우리와 농협은 각각 30.8%, 14.9%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향후 일정 규모를 출자 전환하고 2018년까지 원금상환 유예, 이자율 인하 등 경영정상화 방안 이행에 나서게 된다.
팬택은 구사일생으로 다시 기회를 잡았지만 경영정상화까지는 앞으로도 남은 과제가 산적하다. 우선 지속되고 있는 자금난, 유동성 위기를 해결해야 한다. 현재는 협력사에 밀린 물품 대금을 지급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팬택 협력업체들은 지난달 31일 500억원 규모의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면서 연체에 들어갔다.
결국 채권단의 신규 자금지원이나 이동통신 3사의 출자전환, 최소 의무구매가 이뤄져야 하지만 채권단과 이통사 모두 추가 지원에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채권단은 신규 자금지원은 없다는 점을 명확히 밝혔고 이통사 역시 이미 팬택 재고가 70만대가량 쌓인 상황에서 추가로 구매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게다가 이미 포화상태인 국내 스마트폰 시장 등 외부 환경도 팬택의 회생에 힘을 실어주지 못하고 있다.
채권단이 지속해서 이탈하는 상황도 팬택에는 악재다. 이번 워크아웃 재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대구은행, 하나은행은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채권단 자격 유지 여부는 이번 주 중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두 은행이 채권단에서 발을 뺄 경우 지난 3월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이 채권단 지위를 포기한 데 이은 두 번째 사례가 되는 것이다.
대구은행과 하나은행의 의결권 비중은 각각 3%, 2.5%로 규모가 크진 않지만 이들이 채권단에서 빠지게 되면 나머지 채권단이 팬택의 청산가치에 따라 채권액을 일정 부분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팬택의 유동성 위기가 개선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연쇄 이탈도 우려된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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