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7·30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새정치민주연합은 언제 어떻게 뇌관이 터질 지 한 치 앞을 모를 안갯속에 빠졌다. 승패의 바로미터였던 수도권에서 수원정(영통) 1곳만 겨우 건진 데다 전남 순천·곡성에서의 패배로 텃밭마저 내주면서 당 전체가 충격에 휩싸였다.
무참한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의 화살은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에게 향했다. 이들 대표는 31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동반 사퇴를 결정했고 당은 대표 직무대행이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이 불가피해 보인다. 또 조기 전당대회 요구가 구체화할 경우 차기 당권을 둘러싸고 그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당내 계파 갈등이 불거질 전망이다.
김·안 공동대표 사퇴는 합당 과정부터 예고됐다. 두 대표가 단독으로 결정한 데 따른 불통 논란이 일어난 데다 6·4 지방선거와 이번 재보선을 치르면서 공천 갈등까지 겹치면서 그동안 잠재돼 있던 같은 당 의원들의 불만이 한꺼번에 분출된 것이다.
특히 광주 광산을에 공천을 신청한 기동민 후보를 서울 동작을에 내리꽂으면서 공천 원칙을 둘러싼 심리적 마지노선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또 광주 광산을에 권은희 전 서초경찰서 수사과장을 전략공천하면서 원칙 붕괴는 연쇄반응을 일으켰다. 이를 두고 "천정배 전 장관에게 공천을 안 주려고 하다 보니 첫 단추부터 잘못 꿰게 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언제 나도 이용 당하고 버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당원들의 마음이 떠나기 시작했다. 안 공동대표가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던 국회의원 5석도 확보하지 못하자 지도부 책임론은 더욱 힘을 받는 분위기다. 당대표 뿐 아니라 최고위원 동반사퇴까지 거론되는 양상이다.
당에서는 '참을 만큼 참았다'는 분위기가 대세다. 친노(친노무현)·486·정세균계 등 구주류 그룹은 두 대표의 퇴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미 당 안팎에선 차기 당권을 염두에 둔 물밑 행보에 돌입한 중진 의원이 다수 있다.
새정치연합 외에도 야권에서는 스타 정치인 '노회찬'이라는 마지막 카드마저 먹히지 않아 충격에 빠진 정의당도 존폐의 기로에 섰다. 일각에서는 새정치연합과 정의당의 통합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노회찬 후보가 서울에서 지면 새정치연합과 정의당 통합 얘기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새정치연합의 현 지도부가 물러나면 정의당과 합당해 새로 전당대회를 치르는 모양새로 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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