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이슬람 무장단체간 전투가 격화되고 있는 리비아가 여권사용제한국(여행금지국)으로 재지정되면서 현지에 진출해 있는 국내 건설사들 대부분이 인력을 철수하기로 했다. 이라크 정정불안에 이어 리비아까지 건설사들이 사활을 걸고 따낸 해외건설사업에 차질을 빚으며 해외건설 수주 700억달러 달성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정부는 30일 이정관 재외동포영사대사 주재로 정부 관계 부처와 민간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28차 여권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리비아를 3년 만에 여권사용제한국으로 재지정했다. 이번 결정은 내달 4일 관보 게재로 법적 효력이 발효되며 일단 6개월간 지속한다.
여행금지국으로 지정되면 여권법에 따라 방문 전에 여권 사용 허가를 받아야 한다. 원칙적으로 입국이 금지되며 영주, 취재·보도, 공무, 긴급한 인도적 이유 등 법에서 정한 제한적 사유에 한해 정부로부터 별도의 체류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이를 어기면 관련법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된다.
또 이번 결정으로 리비아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도 원칙적으로는 즉시 전원 철수해야 한다. 현재 리비아에는 500여 명의 우리 국민이 머무르고 있다. 이 중 450여 명이 20여 개 건설사에서 나간 인력이다.
건설사들은 현장 관리 등에 필요한 필수 인원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은 철수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는 현지에 진출해 있는 건설 인력 보호를 위해 비상인력대기반을 가동하는 동시에 업체별 탈출 시나리오를 모두 받아놓은 상황이다. 철수는 8월3일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리비아에 진출한 기업은 20여 개사로 우리 국민 550여 명이 현지에서 근무 중이다. 이 가운데 현대건설·대우건설·현대엔지니어링·두산중공업 등 건설회사 직원이 총 460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한다.
현대건설의 경우 현재 사리르 발전소 및 사리르~아즈다비아 송전선 공사(이상 잘루 지역), 알칼리즈 화력발전소(시르테), 트리폴리 웨스트 화력발전소(트리폴리) 등 4개 현장에서 한국인 직원 174명과 외국인 근로자 등 총 1319명이 근무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트리폴리 현장과 지사의 인력은 육로를 통해 튀니지로 이동하고, 시르테와 잘루 지역 인력은 비행기 등을 이용해 두바이·이스탄불 등 인근 안전지역으로 빠져나온 뒤 각자 본국으로 돌아간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철수 계획 짜고 있는 단계로 전원철수할지 필수인력을 남길지는 아직 미정"이라고 귀띔했다.
현대엔지니어링 트리폴리 지사와 굽바 주택건설 현장에 있는 900명(한국인 60명)의 인력은 육로를 이용해 이집트로 이동할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액션플랜은 짜놨고 현재 상황으로서는 8월3일부터 철수명령이 적용된다"면서 "6개월간 피해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은 트리폴리 현장에서 이동해 온 미스라타 발전소 현장 내 인력들과 즈위티나 발전소 현장 등에 배치된 907명(한국인 107명)의 철수를 결정하고 현장 유지를 위한 필수 인력 잔류 여부를 검토 중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단계적으로 철수를 해야 되는데 발주처와 협의를 해야되는 부분도 있고 현장 하나가 시공중인 상황이라 필수인원을 얼마나 남길지 계획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두산중공업이 50여 명, 이수건설 2명 등이 근무하고 있는데 이들 업체는 현대건설 등과 함께 선박, 항공, 육로를 이용할 탈출편을 함께 모색 중이다.
건설사들이 필수인력을 남기더라도 대부분의 인력 철수에 따른 공사 차질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3년 전 리비아 내전으로 전면 철수했다 올해 초부터 공사를 재개한 건설사들은 리비아에서 시공 중인 102억달러(약 10조원) 규모의 건설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2007년 6억5000만달러에 수주했던 알칼리즈 화력발전소 공사, 현대엔지니어링이 진행 중인 4억3000만달러 규모의 굽바시 2000가구 주택 및 기반시설 공사, 자위야 3000가구 주택단지 프로젝트(한일건설) 등이 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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