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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골격 드러낸 기업소득환류세

시계아이콘읽는 시간49초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주말 평창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하계포럼에 참석해 사내유보금 과세의 기준과 방식을 좀 더 구체적으로 밝혔다. 이틀 전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 운용계획을 발표하며 그 일환으로 기업의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 제도의 도입을 공식화한 데 대한 재계의 반발을 의식해서다.


요점은 ▲과거의 사내유보금은 불문에 부치고 미래의 유보금만을 대상으로 하고 ▲당기순이익 중 일정 비율 이상을 투자ㆍ임금ㆍ배당으로 사용하지 않는 경우에만 과세하며 ▲그 일정 비율은 업종별 특성을 감안해 60~70%대로 차등 설정한다는 것이다. 세율은 이명박 정부 때의 법인세율 인하 폭인 3%포인트 이내가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 과세는 당기순이익 사용에 소요되는 기간을 2~3년으로 보고 그 뒤에 하겠다는 것이므로 빨라도 2018년 이후에나 시작될 전망이다.

'기업소득환류세'로 잠정 명명된 이 세제의 목표는 말 그대로 기업소득의 가계ㆍ시장 환류에 있지 결코 정부의 세수 증가에 있지 않다고 최 부총리는 강조했다. 세수 증가를 제로(0)로 하는 것이 목표라는 것이다. 투자ㆍ임금ㆍ배당을 많이 늘리는 기업에는 오히려 세제혜택이 돌아가게 하겠다고도 했다.


이 정도라면 재계에서 반대할 명분이 약하다. 재계는 이 세제가 기업에 과도한 세금부담을 준다는 점을 우려해왔다. 하지만 당기순이익 중 30~40%를 비과세 사내유보로 인정하는 세제라면 큰 부담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 재계는 이 세제가 법인세까지 다 내고 난 뒤에 남는 이익잉여에 또 세금을 내게 하는 것이므로 이중과세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법인세 부과 이전 이익잉여 처분 단계에서 과다 사내유보를 억제하는 장치로 도입된다면 이중과세 논란을 피할 수 있다. 재계는 창출한 이익을 쓸 것인지 말 것인지, 쓴다면 어디에 쓸 것인지에 대한 기업의 결정에 정부가 개입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업의 과다한 사내유보가 경제에 동맥경화를 일으킨 상황에서 폭넓은 공감을 얻기는 힘든 주장이다.

재계는 투자ㆍ임금ㆍ배당 확대에 적극 나서주기를 바라는 많은 국민의 기대를 상기해야 할 것이다. 재계가 완강히 반대하는 대신 벌어들인 돈을 적극적으로 재투자한다면 '과세' 대상 자체가 없어지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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