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금융권 LTV 50%~70% 구간 26조원
금리 낮은 1금융권으로 대출 갈아탈 듯
당국 오락가락 입장에 2금융권만 울상
[아시아경제 이장현 기자] 새 경제팀이 다음 달부터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70%로 단일화 하기로 한 데에 상호금융과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는 벌써부터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2금융권은 그동안 느슨한 LTV 규제를 적용받아 1금융권에서 대출이 어려운 고객의 틈새시장을 공략해왔는데 이제는 오히려 규제가 강화된 셈인데다 1금융권과 동등한 조건으로 경쟁해야하기 때문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협과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는 기존 고객의 '대출 갈아타기'로 고객이탈이 현실화될까 조마조마하고 있다.
2금융권은 현재 LTV 60∼70%를 적용받아 50∼60%를 적용받는 1금융권에서 대출액이 모자란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해왔다. 특히 상호금융은 신용등급에 따라 가산해 LTV를 최대 85%까지 적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새 경제팀은 전 금융업권의 LTV를 70%로 통일했다. 2금융권으로서는 오히려 '대못'이 박힌 것이다.
대출 갈아타기는 불 보듯 뻔하다. 예를 들어 기존에 3억원짜리 주택을 담보로 상호금융권에서 LTV 70%를 적용받아 2억1000만원을 대출받았던 고객이 8월 이후 1금융권으로 대출을 갈아타면 이자를 절감할 수 있다. 상호금융 금리를 연 4.72%, 은행권을 3.63%로 가정하면 이 경우 연간 229만원의 이자를 아낄 수 있다.
은행권에서 LTV 50%를 채워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을 받고 2금융권에서 LTV 20%를 더 적용받아 신용대출을 받은 사람도 2금융권에서 받은 대출을 은행권으로 옮겨갈 여지가 생긴다.
올해 5월 말 기준 상호금융의 주담대 대출액은 55조5000억원이다. 새마을금고와 저축은행의 대출액은 각각 35조7000억원, 1조원이다. 새마을금고를 제외한 상호금융ㆍ저축은행의 주담대 대출액 중 LTV 50∼70% 구간은 26조3000억원이다. 2금융권 주담대 대출액 중 약 46%가 1금융권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뜻이어서 현실화될 경우 2금융권의 매출에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2금융권에서는 그동안 금융당국에 “서민금융에 밀착한 특성상 LTV를 더 완화하거나 폐지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해왔는데 이를 줄곧 무시하다 오히려 더 목을 옥죈다는 불만도 나온다.
상호금융 관계자는 “금융규제 개혁 의견수렴 때 서민들이 주로 거주하는 다세대주택, 연립 등에는 LTV를 더 완화해달라고 했지만 금융위가 금융안정과 소비자보호를 위해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불필요한 금융규제를 뿌리 뽑겠다면서 각 금융사로부터 규제완화 아이디어를 취합했다. 이를 통해 1769건의 규제가 검토되고 이 중 711개가 개선대상에 올랐다. 그러나 금융위는 유독 LTV 규제 완화 요구에 대해선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적인 제도로 현 수준을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며 수용하지 않았다.
당국의 입장이 오락가락하면서 피해는 2금융권으로 돌아갔다. 상호금융 관계자는 "수신금리가 높아 대출금리가 높은 것은 당연한 이치인데 LTV 비율마저 같으면 영업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장현 기자 insi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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