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휠체어를 타고 입국했다 멀쩡하게 걸어 나가는 것 자체가 한국 의료의 위상을 높이는 것이다."(복지부 정호원 해외의료진출지원 과장)
거스 히딩크(68) 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이 우리나라와 '양연(良緣)'을 이어가고 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축구 대표팀을 이끌어 '4강 진출'의 신화를 실현한데 이어 이번에는 '의료한류' 전도사를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히딩크 전 감독은 올초 휠체어에 의지해 방한했다. 무릎 관절염 때문이었다. 오른쪽 무릎 연골이 거의 없어 걷지도 못하고 연일 통증에 시달렸다. 결국 그가 택한 것은 줄기세포 치료(카티스텀) 수술이었다. '관절치환술'을 받으면 운동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의료진의 소견에 고민도 많았다. 하지만 '한국의 줄기세포' 이야기를 듣고 망설임 없이 한국행을 택한 것이었다. 그로부터 6개월이 흐른 뒤, 그는 건강한 모습으로 '걸어서' 입국했다. 그 뿐 아니라 평소 즐기던 골프와 조깅까지 가능해졌다. 히딩크 전 감독의 주치의인 송준섭 서울JS병원장에 따르면, 자기공명영상(MRI) 판독 결과 히딩크 전 감독의 무릎 연골이 상당부분 재생된 것으로 확인됐다.
히딩크 전 감독의 증상 호전으로 가장 반기는 것은 국내 의료계다. 해외 선진국과 견주어 뒤지지 않는 수준의 의료기술을 갖고도 홍보가 취약해 '의료한류'의 기회를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히딩크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3월 네델란드 국빈 방문 당시 히딩크 전 감독의 국내 치료를 언급하기도 했다.
히딩크 감독의 치료에 사용된 줄기세포 치료제 카티스텀을 개발한 메디포스트는 히딩크 전 감독을 명예홍보대사도 위촉했다. 정부도 '히딩크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는 분위기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25일 히딩크 전 감독을 만나 치료 경과를 살펴보고, 완치를 기원했다. 이 자리에서 히딩크 감독은 "치료 경과가 매우 좋아 앞으로 한국의료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겠다"고 약속했다.
히딩크 전 감독은 거스히딩크축구재단을 통해 시각장애인 축구구장을 건립하고, 축구대회도 개최하고 있다. 남양주와 서울 덕성여대 등 두곳에 시각장애인 전용구장이 생겼다. 복지부 관계자는 "시각장애인들은 활동을 못하는 사람으로 취급하는데 전용축구장 건립은 새로운 개념의 장애인 복지"이라고 평가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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