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유동성 위기에도 아랑곳 않고 계열사 상무 등 잇달아 매각
[아시아경제 김소연 기자]동부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주요 계열사 임원들이 연이어 보유주식 처분에 나서면서 눈총을 받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동부건설은 홍문기 상무와 김완석 상무가 각각 9108주, 8944주를 지난 15~16일 매도했다고 전날 공시했다. 홍 상무는 1036주를 2180원에, 8072주는 2135원에 각각 매각해 1949만원을 벌었고 김 상무는 8944주를 주당 2200원, 총 1968만원에 처분했다.
동부건설은 지난 3일에도 전동현 상무가 1만1500주를 1129원에 매각한 것을 포함해 김경진·유재욱 상무 등 5명의 임원이 각각 9000~1만주가량 매각해 5800여만원을 손에 쥐었다. 지난 1일에는 김충선 상무 등 임원 12명이 총 11만3508주를 매각하기도 했다.
동부건설 주식을 판 것은 다른 그룹 계열사 임원들도 마찬가지다. 유재욱 동부 대표가 지난달 8500주를 주당 1669원에 매각한 데 이어 이문규 동부엔지니어링 대표(1만7000주), 오재환 동부자산운용 대표(1만4000주) 등 총 12명의 그룹 계열사 임원이 5월14일에서 지난달 27일까지 보유주식 11만3508주를 팔아 현금화했다.
이 같은 동부건설 임원들의 주식 매도는 최근 동부그룹이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 상황에서 이뤄져 투자자들로부터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2월 말까지만 해도 주가가 3000원대였던 동부건설은 그룹 유동성 위기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1000원선까지 추락했다. 연말까지 동부건설이 갚아야 하는 회사채 규모만 약 844억원에 이른다. 동부건설이 지분 60%를 보유한 동부발전당진 매각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가능성에 주가가 이달 반등하긴 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상태다. 지분 매각이 자칫 불발되면 동부건설은 회사채 만기가 잇따라 도래하면서 큰 유동성 위기를 맞을 가능성도 있다.
최근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운영자금 1600억원을 수혈받기로 한 동부제철 임원들도 주식을 내다팔았다. 이들은 특히 동부제철이 채권단과의 자율협약 체결을 앞둔 시점에서 주식을 털고 나왔다. 이덕재 동부제철 부사장과 홍순우 상무는 지난달 동부제철 보유주식 5730주씩을 각각 1885원, 2085원에 팔았다. 이외 김하중 동부저축은행 대표와 고원종 동부증권 대표 등 계열사 임원 5명도 동부제철 주식을 매각해 현금화했다.
이들이 매도한 주식은 지난 5월 동부제철과 동부건설 유상증자 참여를 통해 취득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룹 위기 속 사실상 강제로 참여했을 유상증자에서 동부제철 신주발행가는 2955원, 동부건설은 2415원이었다. 주가가 더 떨어지기 전 서둘러 매각하기는 했지만 매각단가가 대부분 1000~2000원선으로 유상증자를 통해 취득한 금액보다 낮아 대부분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그룹 유동성 위기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임원진들이 서둘러 주식을 매각했다는 점은 투자자 불신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식을 매매하는 것은 자유지만 그룹이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경영진이 앞장서 주식을 매도하는 모양새는 좋아보이진 않는다”며 “임원과 똑같이 유상증자에 참여했을 직원들에게도 실망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nicks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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