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K에게 올 시즌은 고난의 연속이다. 전반기 승률이 41%에 그친다. 아홉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49패(34승)를 했다. 자유계약(FA)를 앞둔 선수들을 다수 보유해 기대를 모은 긍정적 효과는 사라진 지 오래. 주전급들은 줄줄이 부상자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외국인선수들도 부진하거나 다쳤다. 한국시리즈 단골손님다운 끈끈함마저 잃어 그야말로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래도 마지막 자존심까지 잃진 않았다. 부상과 슬럼프로 주춤했던 에이스 김광현이 호투를 거듭한다. 지난 다섯 경기에서 3승을 챙겼다. 특히 7월 나선 두 경기를 모두 이겼다. 7일 롯데를 상대로 퀄리티스타트(6이닝 2자책점)를 뽐냈고, 13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7이닝 무실점 투구를 선보였다.
선전에는 타고난 재능도 있겠지만 엄청난 노력이 뒷받침됐을 것이다. 그럴만한 동기가 있다. 한때 경쟁자였던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에서 수준급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그의 성공을 멀리서 지켜본 김광현은 목표의식이 한층 강해졌을 것이다. 윤석민(볼티모어 오리올스)까지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으니 이제 자신의 차례라고 여길 수 있다.
어떤 형태로든 김광현은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것 같다. 최근 투구를 보며 그런 확신이 들었다. 특히 13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그는 타자들을 압도했던 과거 모습을 다시 선보였다. 공을 던질 때마다 자신감이 넘쳤다. 그 전까지 약점으로 지적받은 요소들을 깨끗이 교정하고 에이스다운 위력을 회복했다.
과거 해외진출을 노렸던 선수들은 국내리그에서의 마지막 시즌을 대부분 멋지게 장식했다. 류현진은 2012시즌 27경기에서 9승 9패 평균자책점 2.66을 기록했다. 탈삼진 210개는 커리어하이다. 이승엽(삼성)은 일본리그 진출 전인 2003시즌 홈런(56개)과 타점(144점)에서 개인 최고 기록을 썼다. 일본리그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뛰는 이대호는 2011시즌 타율 0.357 176안타 27홈런 113타점으로 폭발했다. 올 시즌 한신 타이거즈의 마무리로 활동하는 오승환은 지난 시즌 평균자책점 1.74 28세이브로 삼성의 3시즌 연속 통합우승에 기여했다.
김광현은 올 시즌 전반기 17경기에서 9승 6패 평균자책점 3.49를 남겼다. 현 구위만 유지한다면 후반기에 성적은 더 좋아질 것이다. 팀의 계속된 추락을 막는 것까진 어렵겠지만.
마해영 프로야구 해설위원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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