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이영규 기자] 지난 16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직행좌석버스 '입석금지제(좌석제)'가 그야말로 졸속으로 추진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월호 참사(4월16일) 이후 부랴부랴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자 내놓은 정부의 '설익은' 대표적 대책이란 비판이다.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할 주변 정황들도 속속 포착되고 있다. 입석금지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버스 증차가 필요하고, 버스 확보를 위해 6개월 이상 시간이 걸리는데 정부는 입석금지 논의 시작 후 채 3개월도 안 돼 시행에 들어갔다.
경기도 역시 31개 시ㆍ군에 정부의 회의 내용을 전달하는 '앵무새 행정'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민들의 입석금지 제도시행에 따른 불편은 '예고된 인재'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 세월호 참사후 1주일 만에 입석금지 첫 회의 왜?= 국토교통부는 세월호 참사 1주일 뒤인 지난 4월23일 서울ㆍ경기ㆍ인천 등 3개 시도 관계자와 업체 대표 등을 불렀다. 그리고 입석금지 시행계획을 밝혔다. 이후 10차례 이상 회의가 이어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회의는 전날 국토교통부에서 3개 광역단체에 전화를 걸어 다음 날 회의를 소집하는 수준이었다.
이러다 보니 일정을 미리 정해놓고 하는 회의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특히 회의는 '상명하달'식 지시가 대부분이었다.
국토부는 광역단체에 무조건 빨리 입석금지 대책을 시행하라고 채근했다고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전했다. 또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고, 그냥 알아서 자치단체들이 준비해 달라는 게 전부였다고 덧붙였다. 국토부가 회의를 이끌어 가면서도 정작 모든 책임은 지자체에 떠넘긴 셈이었다.
◆입석금지는 대표적 보여주기식 '전시행정'= 경기도 관계자는 "입석금지를 하려면 버스를 증차하는 게 문제인데, 6개월 이상 시간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4월23일 첫 회의 후 채 3개월도 안 된 7월16일부터 입석금지가 본격 시행됐다"고 털어놨다.
이러다 보니 지자체들은 전세버스를 일단 증차 대안으로 선택했다. 경기도의 경우 100여대의 전세버스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지난 16일 입석금지 시행 첫날 직행좌석버스 운행 노선에 투입했다. 하지만 100여대의 전세버스론 시민들의 출근길을 담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관계자는 "입석금지 문제는 아주 단순하다. 증차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문제는 증차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업체가 차량을 확보하려면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토부는 무조건 준비하라고만 했다. 차량확보 준비기간이 6개월 이상 걸리지만 결국 정부는 7월16일 시행에 들어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기도 역시 시ㆍ군에 지시사항 전달 '앵무새 행정'= 경기도는 국토부와 회의가 끝나자 바로 시·군 담당자 및 업체 대표들과 회의를 가졌다. 이는 국토부가 직접 시ㆍ군에 지시하거나 연락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회의에서 시ㆍ군에 정부로부터 전달 및 지시받은 내용을 소개하고, 독려하는 수준이었다. 국토부에서 하는 것 이상으로 회의를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입석금지 제도 정착을 위해 경기도버스정보시스템을 통해 16일부터 좌석제를 시행한다는 내용을 버스에 붙이도록 업체를 독려하고 경기도 대중교통과 블로그에 도내 31개 시ㆍ군의 교통대책을 연계해 소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소극행정이 이번 입석금지 혼란에 얼마나 긍정적 효과를 줬는지는 의문이다.
◆경기도 "잘되고 있다" vs 시민들 "불편버스 NO"= 경기도는 입석금지 첫날 다소 시민들의 불편이 있었지만 이후 안정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나아가 언론에서 일부 불편사항을 너무 확대 보도하고 있다고 볼멘소리다. 그러면서 좌석제 시행으로 그동안 '지옥철' 속에서 출퇴근하던 여성들이 이 제도 시행 이후 버스정류장으로 몰려오는 순기능도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좌석제 시행 이후 지역별 지선버스 환승도 활발하다는 분석이다. 이는 버스가 손님을 한 명이라도 더 태우기 위해 손님이 있을 만한 곳은 모두 들러 거북이 운행을 해왔으나 입석금지제가 시행되면 이를 방지해 사회적 비용 절감과 출퇴근 시간 단축 효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하고 냉담하다. 수원에서 4년째 서울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이명희씨는 "시민들의 불편을 담보로 안전한 버스를 만들겠다는 게 얼마나 우스운지 모르겠다"며 정부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시민들은 정부가 입석금지 시행에 맞춰 광역버스 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정해진 시나리오 같다' '부담되는데 조금만 올렸으면 좋겠다' 등 불만을 포함한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영규 기자 fort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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