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ed, 트럼프 압박에도 기준금리 동결
연 4.25~4.5%로 유지
파월 "금리 덜 제약적…서두를 필요 없어"
트럼프 2기, 대중 반도체 추가 수출통제 전망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가 29일(현지시간) 일제히 하락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앞서 예고한 대로 지난해 9월 개시한 통화완화 사이클을 중단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이날 뉴욕 주식시장에서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36.83포인트(0.31%) 내린 4만4713.52에 장을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28.39포인트(0.47%) 떨어진 6039.31,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01.26포인트(0.51%) 하락한 1만9632.32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은 이날 Fed의 기준금리 결정을 주목했다. Fed는 올해 처음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연방기금금리를 연 4.25~4.5%로 동결하기로 만장일치 결정했다. 지난해 9월 5.25~5.5%였던 금리를 2년 반만에 0.5%포인트 내리며 통화완화에 착수, 11월과 12월 0.25%포인트씩 추가로 낮추며 3연속 인하에 나선 뒤 첫 동결 조치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FOMC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재 기준금리가 "상당히 덜 제약적"이라면서 "정책과 경제가 정말 좋은 상태에 놓여 있어 (통화정책) 조정을 위해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공개적인 금리 인하 요구와 관련해서는 논평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대통령과 접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Fed가 우리 일을 계속 할 것이라는 데 대해 대중은 확신을 가져야 한다"고 말해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지켜나가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질문엔 "정책이 구체화돼야 한다"며 "정책과 관련한 변수가 너무 많아 기다리면서 지켜봐야 한다"고 답했다.
증시는 이날 다소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이었던 FOMC 정책결정문 발표 직후 낙폭을 확대했다. 정책결정문에는 노동시장이 "여전히 견조하다(remain solid)"는 문구가 추가됐고,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향해 진전을 이뤘다"는 기존 문구가 빠졌다. 하지만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후 증시는 낙폭을 줄였다.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 문구 삭제와 관련해 의도적인 정책 신호가 아니며, 단순한 문구 정비였다고 설명하면서 시장의 우려가 일부 가라앉았다.
앞서 Fed에 금리 인하를 공개적으로 압박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Fed의 금리 동결 직후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 문제를 막는 데 실패했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트레이드스테이션의 데이비드 러셀 글로벌 시장 전략 수석은 "성명서는 다소 매파적이었으나 정책입안자들은 3월 회의까지 긴 휴식을 취하며 (정책을) 보류하고 있다"며 "오늘 회의는 Fed 관찰자들에겐 별다른 이벤트가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 에셋 매니지먼트의 린지 로스너 멀티섹터 채권 수석은 "Fed가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며 새해 통화완화 사이클은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며 "우리는 완화 주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Fed는 다음 금리 인하 전 인플레이션 지표의 추가 진전을 보길 원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강화 전망도 투심을 압박했다. 이날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지명자는 상원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중국은 엔비디아 반도체를 엄청나게 샀고 (수출통제) 우회 방법을 찾았다"며 "우리는 우리의 혁신을 장려해야 하고, 중국을 도와주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종목별로는 기술주가 하락했다. 엔비디아는 4.1% 내렸다. 브로드컴은 0.49% 떨어졌다. 장 마감 후 실적을 발표한 테슬라는 정규장에서 2.26% 밀렸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1.09% 하락했고, 메타는 0.32% 상승했다.
국채 금리는 보합권에서 엇갈리고 있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전일 대비 1bp(1bp=0.01%포인트) 하락한 4.53%,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수익률은 전일 보다 1bp 상승한 4.22%를 기록 중이다.
국제유가는 하락 마감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보다 1.15달러(1.6%) 내린 배럴당 72.62달러로 올해 들어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글로벌 원유 가격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전일 대비 0.91달러(1.2%) 떨어진 배럴당 76.58달러에 장을 마쳤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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