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최근 내수 타개를 위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기업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방안에 대해 재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사내유보 과세가 내수를 증대시키기는커녕 장기적으로 기업투자를 위축시키고 소비확대에도 별 효과가 없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7일 기업 사내유보에 대한 과세검토는 부적절하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건의서를 정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건의서에서 사내유보금 과세는 사내유보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과세라고 지적했다. 즉, 기업 사내유보는 회사 내에 쌓아둔 현금이 아니라 기업 설립 후 벌어들인 이익 중 배당되지 않고 회사내부에 남아 있는 것으로 공장·기계설비·토지 등에 투자하는 데 이미 사용된 부분이 많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유보금이 늘어난다고 현금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며, 유보금을 투자하라는 일각의 주장은 이미 투자한 자금을 다시 투자하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또 일반 개인도 예비적, 거래적 동기 등으로 일정부분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업도 차입금 상환, 생산설비 운영 등을 위해 일정 부분 현금이 필요한데, 사내유보금에 대해 과세하는 것은 이러한 일반적 현금 보유에 대한 필요성을 고려하지 않은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전경련은 사내유보에 과세하는 것은 이중과세이며, 재무구조 악화의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즉, 이미 세금을 낸 잉여금에 별도 과세하는 것은 이중과세이며, 기업의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인 재무 건전성 유지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실제 유사한 제도로서 2001년 말까지 운영된 '적정유보초과소득에 대한 법인세 과세'도 기업 재무구조에 악영향이 우려돼 폐지된 바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전경련은 장기적으로 오히려 기업의 투자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내수확대를 위한 사내유보 과세는 결국 추가적인 법인세 증가효과를 초래해 실질적인 법인세 비용증가로 장기적인 투자규모 축소를 불러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세계적인 법인세 인하 추세 속에서 실질적인 법인세 인상효과는 종국에는 기업의 해외 이전을 촉진하는 결과만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경련은 국부유출이 우려되며 소비증대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유보율 감소를 위한 배당 증대 시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회사의 경우 해외배당 증가로 외국인 투자자에게만 이득을 줄 우려가 있다. 또한, 국내 기업에 대한 높은 외국인, 기관 및 대주주 지분율을 고려할 때 배당증가가 일반 개인의 소비증대로 이어질 가능성도 매우 낮다는 설명이다.
전경련 측은 "사내유보에 대한 과세가 부적절하다"면서 "내수를 살리기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저해 규제완화, 기업투자에 대한 세제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