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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해외M&A 거래망 실적 '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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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청 지난 9월 개설했지만…거래 한 건도 없어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정부가 중소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을 활성화시킨다며 거래망을 조성했는데 정작 '개점휴업' 상태다. 정부 주도의 거래 관행이 없는 해외 M&A 중개업자들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거래망부터 만든 '무리수'가 낳은 결과다.


15일 중소기업진흥공단(이사장 박철규)에 따르면 중소기업청(청장 한정화)이 지난해 9월 개설한 '해외 M&A 거래정보망'을 통해 거래된 M&A 건수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M&A 거래정보망은 지난해 중기청이 M&A 시장 활성화를 위해 만든 '중소ㆍ벤처기업 M&A 거래정보망(www.mna.go.kr)'의 해외판이다. 거래정보망이란 매도를 원하는 기업과 매수를 원하는 기업, 둘을 이어주는 중개기관을 한데 모은 망으로 지난해 국내에서 50건의 M&A 계약을 돕는 실적을 올렸다. 등록된 중개기관만도 현재 96개에 달한다.


반면 이를 그대로 영문으로 옮긴 해외 M&A 거래정보망은 썰렁하다 못해 흉흉할 지경이다. M&A 계약이 한 건도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물론이며 매수를 원하는 기업은 3곳, 매도를 원하는 기업은 단 한 곳만이 정보망에 등록된 상태다. M&A가 일어날 환경 자체가 조성되지 않은 것이다.

매도기업과 매수기업을 연결해 주는 중개업체들의 상태는 더 심하다. 등록된 중개업체 63개 중 2개 업체만이 외국계일 뿐 나머지는 모두 한국계 중개업체다. 중개업체들의 주소지를 잘 살펴보면 외국 현지에 본사를 둔 기업도 전무하다. 대부분 서울이나 경기도에 회사를 두고 있다. 해외 기업과 M&A를 위해서는 현지 중개업체 확보가 필수적인데 이 같은 준비가 안 돼 있다. 중진공의 한 관계자는 "현지 중개기관과의 접촉 자체가 쉽지 않다"며 "겨우 접촉을 하더라도 그들에게 우리 정보망은 외국 것이다 보니 거래를 트려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그나마 일본 기업 2곳을 인수하는 데 성공해 겨우 체면치레는 했다. 이는 해외 중개업체가 아닌 국내 중개업체들이 이뤄낸 성과다.


중기청이 지난해 업무보고에도 올렸던 해외 M&A 거래정보망이 이렇게 표류하는 이유는 뭘까. 중진공 측은 "해외의 경우 정부에서 공공망을 구축하고 M&A 시장을 마련하는 일은 거의 없다"며 "그러다 보니 낯설어서 참여를 잘 하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정부 주도로 이뤄지는 국내 M&A 시장과 민간 주도로 이뤄지는 해외 M&A 시장의 문화 차이를 감안하지 않고 망부터 구축하다 보니 자연히 중개업자들이 외면하게 됐다는 것이다.


한편 정부는 영문 거래망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올해 말께 중문, 일문 거래망을 줄줄이 개설하는 등 여전히 '만들고 보자'는 사고방식을 고수하고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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