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공간이 열린 이후 누구나 분량에 제약 없이 글을 적어서 남에게 보여줄 수 있게 됐다. 인터넷에서 읽고 쓰는 분량을 포함하면 읽는 글자 대비 적는 문자의 비율이 요즘처럼 높았던 때가 없었을 게다.
이 비율은 앞으로 더 높아질 공산이 커 보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글을 확산하면서 글쓰기를 자극하고 격려하고 있어서다. 또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활용하는 모바일 환경은 어떤 상황에서나 자신의 생각과 활동을 기록해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유비쿼터스 여건이기도 하다.
요즘 글쓰기 길잡이 책이 잇따라 나오는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고 짐작한다. 글을 많이 쓰게 되자 내용을 잘 전달해 더 많은 사람에게 읽힐 글을 쓰는 일에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또 사람들이 아무렇게나 올리는 글이 많아지자 출판사와 필자가 뜻을 모아 좀 제대로 쓰자는 권유와 지침을 책으로 내놓는 것으로도 볼 수 있겠다.
최근 글쓰기를 다룬 책 몇 권을 읽었다. '고종석의 문장'도 살펴봤다. 이 책 3장 '한국어답다는 것의 의미'의 말미에서 저자는 '은ㆍ는'과 '이ㆍ가'를 다룬다. 그는 주어 뒤에 은ㆍ는을 붙일 것인지 이ㆍ가를 붙일 것인지는 "정말 어려운 문제"라면서도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는 선택은 "여러분의 한국어 감수성에 맡기면 된다"며 "한 가지 물렁물렁한 지침이 있다면 같은 조사를 연속해서는 쓰지 않는 게 좋다"고 덧붙인다.
보완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ㆍ가는 문장의 초점을 주어에 맞출 때 붙인다. 이는 누구ㆍ무엇ㆍ어디 등을 묻는 의문문에서 이ㆍ가를 쓰는 데서도 확인된다. 책 제목에서 몇 가지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무엇이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는가? 어디가 아프니?
각 문장에서 이ㆍ가를 은ㆍ는으로 바꾸면 두 조사의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반면 은ㆍ는은 주어의 행위를 서술하는 데 주안점을 둘 때 붙인다. '나는 세계일주로 경제를 배웠다'를 '내가 세계일주로 경제를 배웠다'와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은ㆍ는과 이ㆍ가를 쓰는 다른 규칙은 '국어토씨연구(김승곤ㆍ서광학술자료사)'에 상세하게 나온다.
이 지적은 어디까지나 보론이다. '고종석의 문장'에서 티를 찾아낸 것이다. 좋은 문장은 탄탄한 기초 위에서 나온다. 글쓰기 길잡이 책을 권한다.
백우진 국제 선임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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