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권해영 기자]삼성전자가 대표적인 신흥시장인 미국, 유럽 등의 성장세가 둔화 되고 있는 가운데 신흥 시장까지 중국 가전업체들이 점유율을 높이고 나서자 신흥시장 점검에 나섰다.
15일 삼성전자가 중남미, 아프리카에 이어 러시아를 포함한 독립국가연합(CIS) 지역 시장 점검에 나선다. 러시아에선 국민브랜드로 사랑 받고 있는 삼성전자지만 최근 경쟁 업체들의 공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여전히 러시아 시장에서 각 부문별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 실적이 급감했다"면서 "CIS 지역은 중남미, 아프리카와 함께 삼성전자가 공을 들이고 있는 3대 주력 시장인 만큼 중요성이 높다"고 말했다.
CIS 지역은 삼성전자가 오랜 시간 공을 들여온 신흥 시장이다. 1990년대 삼성전자는 아시아 금융 위기를 피해 신흥국 러시아에 집중 투자했다.
1998년 러시아 정부가 루블화에 대한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당시 러시아 시장 1위를 차지하던 소니를 비롯한 대부분의 해외 기업들이 철수했다. 삼성전자는 철수 대신 잔류를 선택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러시아 시장에서 국민브랜드로 사랑 받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이상 징후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조금씩 하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2분기 실적 역시 중국 시장 부진의 탓이 컸지만 러시아 시장의 실적 역시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사정을 감안 이상철 부사장을 지난 5월부터 CIS 총괄로 임명했다.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에서 전략마케팅을 담당해온 이 부사장은 지난 2012년 말 중남미 총괄을 담당하며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중남미 시장에서 냉장고 58%, 스마트폰 55%, 태블릿 40%, TV 35%, 노트북 18%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모두 1위를 차지했다. CIS 지역 구원투수로 이 부사장이 긴급히 투입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CIS 지역의 현황 점검과 함께 러시아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중국산 가전제품이 미치는 현황을 돌아보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세울 계획이다. 특히 중국 가전업체 하이얼의 경우 지난해 러시아 시장에서 60.9% 성장했다. 중국 업체들의 신흥 시장 공세가 본격화 되고 있는 것이다.
냉장고 시장의 경우 양문형 냉장고는 삼성전자가 여전히 1위지만 문이 1개 짜리인 중저가형 냉장고 시장에선 하이얼이 50%가 넘는 시장 보유율을 기록하는 등 2015년 글로벌 가전 시장 1등을 내세운 삼성전자를 숨가쁘게 따라잡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러시아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가 3대 전략 신흥시장으로 공략하고 있는 시장 에 중국 가전업체들이 진출하고 있는데 이는 잠재적인 위협"이라며 "CIS 시장 점검에 나선 것도 이와 같은 배경 때문"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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