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 작업이 임박함에 따라 미국과 일본의 안보 동맹이 어떤 형태로 변화할지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양국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가이드라인 개정에 앞서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헌법 해석을 변경한 것을 중요한 성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미국과 일본이 각기 다른 꿈을 꾸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과 한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집단자위권에 찬성의 뜻을 표명한 것에는 자국의 방위비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일본이 집단자위권을 행사해 동맹국으로서 더 많은 역할을 담당하면 미국의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은 가이드라인 개정에서 이 부분을 구체화하기를 원하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미국이 재정난으로 국방 예산이 삭감되는 가운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혔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가이드라인 개정을 통해 일본의 도움으로 이런 난관을 극복하려 하고 있다.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이 "대담하고 역사적이며 획기적인 일본 내각의 이번 결정은 지역 및 국제 안보와 국제무대에서 일본의 역할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 역시 미국 정부의 이런 의중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일본은 가이드라인 개정으로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 방위에 미국을 끌어들이기를 원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올해 4월 일본을 방문했을 때 센카쿠 열도가 미·일안보조약 5조의 적용 대상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미·일 안보조약 5조는 무력공격을 전제로 한 것이다. 따라서 일본 정부는 무력 공격에 이르기 전 단계의 도발인 회색지대(그레이존) 사태에도 미국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센카쿠 열도에 회색지대 사태가 발생했을 때 자위대와 미군이 공동으로 작전을 펼칠 수 있도록 해 중국과의 분쟁에 대비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중국과의 정면 대립을 부를 가능성이 있는 센카쿠 열도 문제 미국이 쉽사리 개입할지는 의문이다.
이와 관련해 아사히신문은 "'미국이 싸워준다'고 말하기보다 우선 일본이 센카쿠 열도를 지킬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월레스 그렉슨 전 미국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의 발언을 전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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