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올 연말 달러당 원화 환율이 1000원까지 하락하면 우리 경제성장률도 0.21%포인트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또 일각에서 제기되는 원화 가치의 절상으로 인한 내수 진작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나왔다. 오히려 원화 가치 절상으로 인한 수출 부진이 경기회복을 더디게 해 내수회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설명이다. 이에 따라 환율 하락을 막기 위해서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9일 한국경제연구원과 아시아금융학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하반기 환율 전망과 대책'이란 주제의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하반기 환율 전망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정부와 금융당국이 환율 하락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비판했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은 "연초 1050원 선에서 안정세를 유지하던 원/달러 환율이 3월말 이후 크게 하락하고 있는데, 경상수지 흑자 확대와 외국인 주식투자가 순매입으로 전환하면서 국내로 유입되는 달러의 증가세가 더욱 확대되고 있어 1000원 선 붕괴마저 우려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달러 환율이 1000원을 기록할 경우, 수입물가 하락을 통한 내수 진작의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수출 감소를 통한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 올해 경제성장률도 약 0.21%p 정도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율 하락으로 수입재화의 가격이 떨어지면서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각각 0.31%포인트, 0.34%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보단 순수출(수출에서 수입 차감)에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는 지적이다. 실질 수입은 0.20%포인트 증가하겠지만, 실질 수출은 0.46%포인트 감소할 것이란 우려다. 경상수지 흑자도 약 25억달러 축소된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현재의 소비 부진은 가계부채 부담, 노후대비 불안 등의 구조적인 요인에 크게 기인하고 있기 때문에, 원화절상으로 소비부진을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오히려 원화절상으로 인해 수입품이 증대하고 해외여행이 증가하는 등 수요 증가의 상당 부분이 해외로 이전되거나 수출위축으로 경기회복이 더뎌질 경우 내수회복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우려도 있다"고 주장했다.
원·달러 환율이 1000원선까지 하락할 경우 균형환율보다 원화가 11%가량 고평가되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아시아금융학회장)은 "7일 환율이 1008.9원까지 하락한 것은 원화가 균형환율 대비 10.2% 고평가된 것"이라며 "만약 하반기에 원/달러 환율이 1000원 선까지 하락하는 경우에는 11% 수준까지 고평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원화가 균형환율에 비해 고평가되는 현상이 중기적으로 지속되는 경우에는 1997년과 2008년 같은 위기가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므로 대책마련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환율 하락에 대한 대응책으론 기준금리 인하와 정부의 시장 개입이 제시됐다.
윤덕룡 대외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의 외환시장은 원화절상 대책으로 달러화 위주의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데, 현재 달러에 대한 환율에 대응하는 정책만으로는 효율적인 외환시장 대응에 무리가 있다"면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통화정책적인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인철 교수(한국경제학회 명예회장ㆍ성균관대 명예교수)도 한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 교수는 "한국은행의 최근 기준금리 동결 기조는 시장의 움직임에 대해서 편의주의로 간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지금 시장에서 돈이 없어서 못 쓴다는 말이 나오듯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해 가계 소비에 여유를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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