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우리나라 제약산업은 개발과 제조, 판매까지 한 기업에서 모두 하려고 하니까 크지 못하는 것이다"
삼성그룹의 바이오의약품 생산업체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김태한 대표가 진단한 국내 제약 산업의 문제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그룹이 2조원 가량 투자해 인천 송도에 지은 바이오시밀러 생산업체다.
김 대표는 9일 오후 서울 중구 플라자 호텔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 주최로 열린 바이오의약품 국제전문가 포럼에서 기자와 만나 삼성그룹이 바이오 의약품 시장에 뛰어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미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해 늦었지만 우리나라는 지금부터 바이오시대가 열렸다"면서 "바이오의약품 특성상 개발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기다리고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장점은 빠르다는 것"이라며 "가장 먼저 만들어 출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바이오제약은 한국과 잘 맞는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2007년 삼성그룹 전략기획실 신사업추진단을 이끌던 시절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각종 사업을 두루 살펴봤다.
그 결과 40~50년 후 삼성을 먹여살릴 분야가 바이오라는 결론을 내렸다. 합성의약품으로 못 고치는 질병도 바이오의약품으로 완치가 가능할 만큼 연구수준이 높아진데다, 인구 고령화로 의약품 수요도 급증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전세계 의약품 시장이 1000조원인 반면,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200조원 이상"이라며 "200조원의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지금도 급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의 바이오의약품 매출규모가 전세계의 2%에 불과한 것은 한국 경제규모에 비해 제 몫을 못하는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김 대표는 "자동차 산업에서 부품업체와 조립하는 업체 등이 나눠져 있는 것처럼 제약도 의약품 개발과 생산, 판매 등이 각각 이뤄져 (이들이)협업할 때 관련 산업이 크는 것"이라며 "바이오시밀러 개발이 오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삼성과 같은 대기업이 신약 개발이 아닌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생산이라는 '쉬운 길'을 선택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한 답변인 셈이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가장 잘하는 것이 플랜트(공장 건설 산업)"라며 "우선 장점을 살려 바이오시밀러를 생산하고, 나중에 다른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모든 바이오제약사들이 신약을 꿈꾼다"면서 "바이오 신약을 목표로 자원을 집중하는 기업도 있지만 바이오시밀러 개발 과정을 통해 장기적으로 (신약개발로) 가겠다는 기업도 있다"고 향후 신약 개발의 가능성도 열어놨다.
하지만 당장 바이오의약품으로 당장 성과를 올리기는 어렵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가능성은 크지만 약개발은 물론 임상실험 등 오랜 시간이 걸리는 탓이다. 김 대표는 "합성의약품의 경우 역사가 길지만, 바이오 의약품은 불과 30~40년전에 처음 나왔고, 한국은 더 짧다"며 "삼성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실적이 부진한 것도 비슷한 이유라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임상까지 출시되는데 7년 정도 걸린다"면서 "내년 두 번째 공장이 완공되면 2016년께 수익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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