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참여·BW인수 등으로 서서히 지분 늘려 최대주주 변경
기존 주주, 경영권 프리미엄 대신 지분 매각·BW 행사 통해 시세차익
[아시아경제 김소연 기자]최근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주는 전통적인 인수합병(M&A)이 아닌, 유상증자 참여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인수를 통해 조용히 주인을 바꾸는 신종 M&A가 늘고 있다. 이 경우 기존 최대주주는 남은 지분을 시장에 매도해 차익을 얻는 사례가 많아 투자자 주의가 요구된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옛 에스이티아이(현 지스마트글로벌)는 지난달 27일 30만4135주의 BW를 행사해 오는 11일 증시에 상장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에스이티아이는 지난달에만 세 차례 BW를 행사했다.
에스이티아이가 BW를 행사한 것은 지난해 말부터다. 에스이티아이의 전 최대주주였던 제주반도체는 BW 포함 40.2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가 지난해 12월16일 BW 매도를 통해 지분율을 37.83%로 줄였다. 이후에도 꾸준한 BW 매도를 통해 제주반도체의 지분율은 2월말 22.14%로 두달 만에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이호준 지스마트 대표이사가 5% 이상 주요주주로 등장한 것도 이때다. 지난 1~2월 이 대표는 BW 워런트 취득을 통해 5% 지분 공시를 한 이후 한달 여간 지분을 15.68%까지 확대했다. 제주반도체가 매도한 BW 중 일부가 이 대표에게 옮겨갔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동시에 에스이티아이는 LED 디스플레이 개발업 등 지스마트와 동일한 사업목적도 추가됐다.
결국 3월18일 제주반도체는 에스이티아이 보유 주식 100만주를 29억8500만원이라는 싼값에 이 대표의 지스마트에 양도하면서 최대주주 지위를 내놨다. 주당인수가액은 2985원으로 계약 당일 종가(3380원)보다 낮다. 경영권 프리미엄은 커녕, 시세보다도 낮게 지분을 처분한 것이다. 이후 이 대표는 직접 에스이티아이 대표이사에 오르는 한편 사명도 지스마트글로벌로 변경했다.
증권업계는 이 대표가 경영권과 지분을 한꺼번에 매입하지 않고 서서히 BW를 통해 지분을 확보하는 방법을 택해 M&A 비용을 절감했다고 보고 있다. 제주반도체 역시 싸게 경영권을 넘기긴 했지만 M&A 덕분에 주식가치가 높아지면서 남은 지분을 비싸게 시장에 매각할 수 있게 됐다.
유비프리시젼에서 사명을 바꾼 케이엘티 역시 이 같은 M&A 후폭풍으로 BW 워런트 행사가 잇따르고 있다. LCD, OLED 검사장비 및 장치업체인 케이엘티는 실적이 급격히 하락하고 전 경영진 횡령사건까지 터지자 주요 투자자인 LB인베스트먼트 등이 나서 지분을 매각하면서 경영진이 교체됐다. 이 과정에서 임지윤 옵트론텍 대표이사가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과거 최대주주였던 에이치비테크놀러지외1인도 티이씨씨외 1인으로 변경됐다. 회사가 매각됐다는 공시는 어디에도 없었지만 최대주주와 주요 경영진, 사명이 모두 변경되면서 사실상 M&A 효과를 내고 있다.
박진환 네오위즈 전 대표이사의 복귀로 주목받고 있는 네오아레나도 비슷한 케이스다. 네오아레나는 통신장비업체 티모이엔엠이 인수된 후 게임업체로 탈바꿈한 회사다. 박진환 현 네오아레나 대표이사는 지난해 9월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 11.38%의 지분율로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후 네오아레나는 기존 대표이사가 사임하고 사명을 현재 네오아레나로 변경하는 한편 게임사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해 게임업체로 탈바꿈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기에는 재무구조가 열악한 회사들이 유상증자나 BW를 통해 사실상 M&A되는 형태가 자주 나타나고 있다"며 "사는 쪽은 싸게 회사를 살 수 있어 좋고 파는 쪽은 최대주주 지위를 내려놓은 이후 M&A 덕분에 급등한 주가를 바탕으로 남은 지분을 비싸게 팔 수 있어 서로 좋은 셈"이라고 짚었다.
김소연 기자 nicks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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