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재보궐 후 2016년 봄까지 선거없어 정책 일관성 가능
민생안정·기업투자 제고·세수 확보 등 현안 해결에 힘 실려
[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박근혜정부의 '2기 경제팀'은 당장 조세 정책부터 재정관리·거시 정책까지 산적한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 올 하반기는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 성패를 좌우할 중요한 분기점이 된다. 다음 달 30일 재·보궐선거가 끝나면 2016년 봄까지는 전국 단위 선거도 없어 정부가 정책에 몰두할 수 있는 시기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이끌 2기 경제팀이 표를 의식하지 않고 소신있는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팀이 올 하반기에 결정하고 이끌어가야 할 몇몇 핵심과제에서 실기(失期)한다면 정부의 국정동력의 엔진을 꺼트릴 수도 있다.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이 첫단추= 최 후보자가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취임할 경우 첫 번째로 내놓아야 할 과제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이다. 당초 경제정책 방향은 이달말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개각과 함께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다. 새로운 부총리가 본인의 의지를 담은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는 것이 옳다는 판단에서다.
경제정책 방향에 1순위로 담겨야 할 정책은 내수회복 방안이다. 1기 경제팀이 내놓은 올해 경제정책 방향에서도 '내수활력 제고'는 첫 번째 과제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 경제는 정부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세월호 사고'라는 암초를 만나면서 위기감은 증폭됐다. 27일 발표된 5월 산업활동동향에서 광공업생산은 전달에 비해 2.7% 하락했다. 기재부는 세월호 사고 여파와 직결된 소매판매와 서비스업이 증가세로 전환됐지만 4월 하락 폭을 만회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또 5월 산업 활동이 전반적으로 부진해 그간의 경제회복 흐름은 주춤하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강조한 올해 4%대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소비를 살리기 위한 정책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세월호 사고 이후 소비가 주춤했고, 일부 정상화 된다고 하는데 여전히 음식숙박, 자영업 등은 위축돼 있다고 한다"면서 "추가적인 대책 마련 등을 통한 내수회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경제회복의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 소비 진작 대책과 민생안정 대책을 담을 것으로 보인다. 또 공공요금 인상 최소화 등 서민 생계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과 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추가대책 등도 포함할 것으로 전해졌다.
무역투자진흥회의 등을 통해 기업들의 투자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도 내수 회복을 위한 주요 과제다. 기업들이 쌓아두고 있는 자금을 투자로 돌린다면 자연스럽게 회복세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세수확보' 피할 수 없다= 8월 초 국회에 제출하는 세제개편안도 최 후보자가 주도하는 2기 경제팀의 핵심과제 중 하나다. 올해 세제개편의 포인트는 '세수확보'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기재부는 공약가계부를 만들어 박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위해 134조8000억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비과세·감면 제도를 정비하고, 지하경제를 양성화해 공약의 재원을 만들기로 했다.
최근 공약가계부라는 말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지난해 비과세·감면 제도 정비,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해 마련한 재원은 5조5000억원에 그쳤다.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제동이 제도 정비의 걸림돌이었다. 당초 목표는 9조5000억원으로 4조원의 구멍이 생겼고, 이는 고스란히 2기 경제팀의 부담으로 남아있다.
올해 세제개편에서는 좀 더 강도 높은 비과세·감면 제도의 추진이 요구된다. 다만 제도 정비가 곧 가계·기업들의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세심한 손질이 필요하다. 벌써부터 재계에서는 기업 부담이 늘어나 경제 회복을 그르칠 수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비오는 날 우산을 뺏는 결과를 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또 가업승계 지원을 위한 상속·증여세 문제, 지난해 강력히 추진했지만 결국 이뤄내지 못한 종교인 과세 문제, 법인세 과세 강화 등 세제개편과 관련한 문제를 과감하게 결정해야 한다.
◆내년 예산안에 리더십을= 9월23일까지 국회에 제출해야 하는 예산안까지가 2기 경제팀에 대한 초반 평가의 대상이다. 정부 부처들은 내년도 예산으로 총 377조원을 요구했다. 올해 예산에 비해 6%(21조2000억원) 늘어났다. 경제 회복을 지속 추진하기 위해 예산 증액은 피할 수 없지만 허투루 나가는 예산에 대해서는 과감한 칼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 제도 등에 대한 개혁도 요구된다.
기재부의 입장에서 예타의 범위와 기준을 강화해 예산을 아껴야 한다. 그러나 최 후보자가 여당 원내대표로 일하던 지난해 7월, 지역의 국책사업 이행을 위해서는 예타 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업성만을 따지는 제도로 인해 비수도권은 공약 사업 이행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곧 예타의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기재부의 입장과는 상충되는 방안으로 최 후보자의 입장 정리가 필요한 부분이다. 이 밖에 재정건전성 관리, 지방공약 이행, 대학구조조정, 공공기관 정상화 등 예산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정책들도 숙제다.
환율과 수출 문제도 고민거리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넘나들고 있고, 수출 경쟁력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5월 경상수지는 27개월 연속 흑자 행진에도 이를 위험요인으로 보는 분석이 많다. 수입이 줄어서 발생하는 '내수침체형' 흑자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수출입 구조보다는 내수회복 여부에 열쇠가 있다는 점이 관건이다.
세종=이윤재 기자 gal-ru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