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최고가는 김환기 '정물'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최근 고미술 작품들이 미술경매에서 추정가보다 두 세배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 등 수요가 부쩍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김환기, 이우환 등 블루칩으로 여겨지는 근현대 화가들의 작품들이 고가의 낙찰로 존재감을 유지하는 가운데, 고미술 시장도 활기를 띨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7일 열린 서울옥션 경매에서 고미술 작품들에 열띤 경합이 이뤄졌다. 이 중 작자미상의 '표도'라는 작품은 500만원에 시작해 전화와 현장 응찰자의 경합 끝에 시작가의 8배가 넘는 4200만원에 낙찰됐다. 이 작품은 상서로운 기운을 지닌 호랑이 부부 한 쌍과 새끼 호랑이 세 마리를 나란히 그린 작품이다.
이번 경매에서 고미술 가운데 최고가 작품은 1억9000만원에 낙찰된 작자미상의 ‘곽분양행락도(郭汾陽行樂圖)’다. 역시 추정가 6000만원에서 9000만원에 출품돼 경합이 벌어진 가운데 낮은 추정가의 3배가 넘는 금액에 판매됐다. 이 그림은 중국 당나라 때 무장인 곽분양과 같은 다복한 인생을 소망하는 의미를 지닌다. 곽분양의 본명은 곽자의로, 당 현종 때 안록산의 난을 토벌하는 등 많은 공을 세워 분양왕(汾陽王)에 봉해졌고 살아생전 온갖 부귀와 공명을 누렸다 전해진다. 따라서 좋은 팔자를 타고난 사람을 두고 '곽분양 팔자'라고 일컫기도 한다. 조선시대에는 이러한 곽분양행락도가 병풍형식으로 유행했다.
이번 경매에서는 이외에도 우창 이용림의 ‘매화서옥도’가 5000만원(추정가 1500만~2500만원), 작자미상의 ‘관동팔경도’가 1850만원(500만~1000만원)에 낙찰돼 희소성 높은 작품들에 대한 컬렉터들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근대 동양화 가운데는 운보 김기창의 ‘죽림칠현’이 1750만 원(1000만~1500만원), 남천 송수남의‘산’이 1350만원(600만~1000만 원)에 추정가를 상회하는 금액에 팔렸다. 불교 미술 가운데는 작자미상의‘목조지장삼존불감’이 1억2500만원(낮은 추정가 9000만원), ‘심적암아미타극락구품회도’가 1억3500만원(낮은 추정가 8000만원)에 낙찰됐다.
화제를 모았던 이당 김은호가 그린 동학 1,2,3대 교주 최제우, 최시형, 김연국 초상은 각각 2600만원에 낙찰됐다. 1915년 이당이 만 23세에 그린 이 초상화는 작가의 묘사력과 세필력이 탁월한 작품으로, 당시 나라에서 인정할 만큼 실력이 뛰어났던 그의 실력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한편 근현대 작품 중 김환기의 1950년대 초기작인 '정물'은 4억7000만원에 낙찰돼 이번 경매의 최고가를 기록했다. 정방형의 화폭에 목기와 조선 백자, 매화 등 김환기가 즐겨 그리던 주요 소재들이 안정적인 구도로 배치된 이 작품은 서정적인 아름다움과 견고한 조형성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모노크롬 작품 중에서는 윤형근의 1975년 작‘Umber Blue’가 낮은 추정가 600만원에 출품돼 1250만원에, 박서보의 100호 크기의 2006년 작 묘법 2점은 각각 4300만 원, 4100만 원에 팔렸다. 이우환의 1980년 작 ‘점으로부터’는 1억7000만원, 김창열의 100호 크기의 물방울은 3억2000만원에 판매됐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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