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구조조정 중인 동부그룹과 KDB산업은행의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이 지연되고 있다. 채권단은 김준기 회장 일가가 핵심 자산을 제공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반면에 동부그룹은 채권단이 일방적으로 자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며 갈등을 빚고 있다. 동부인천스틸 패키지 매각협상을 앞두고 금융권이 동부그룹을 강하게 압박하는 모양새다.
17일 금융권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재무구조개선약정대상으로 선정된 대기업 가운데 동부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우리은행과 약정을 체결했다.
재무구조개선 약정체결의 막판 걸림돌은 김 회장의 사재 출연 계획이다. 동부그룹이 지난해 5월 체결한 약정에는 김 회장이 사재 1000억원을 출연해 800억원을 동부제철에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동부그룹은 이번에 새롭게 체결할 약정에 기존 재무구조개선 약정에 포함됐던 김 회장의 사재출연 계획을 변경해달라고 요청했다.
동부그룹은 계열사인 동부특수강이 이달 중에 사모투자펀드에 1100억원 매각되는 만큼 사재 중 1000억 중 800억을 동부제철 유상 증자에 투자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유동성 위기를 겪는 다른 계열사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반면 산은은 지난해 체결된 약정에 포함된 자구계획안을 동부그룹이 그대로 이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김 회장이 지난 4월 유상증자를 위해 제시한 사재 담보를 풀어달라고 요구한 만큼 대체 담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김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이 보유한 동부화재 지분(13.29%)을 제공하라고 요구한 상황이다.
업계에서 산은이 기존 약정 이수를 고수하는 상황에 대해 동부인천스틸과 동부당진발전 등 이른바 '동부패키지' 매각 협상을 앞두고 딜을 성사키기 위해 압력 행사라고 보고 있다.
현재 포스코가 동부인천스틸 3개월간의 실사를 마무리하고 인수를 막바지 검토하고 있다. 20년만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해진 포스코는 최대한 낮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인천스틸의 경우 산업은행 70~80%를 인수하고 포스코는 20~30%만 부담하면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 포스코가 낮은 가격을 써내면 협상이 불발될 가능성이 잇는 가운데 동부그룹은 동부인천스틸이 자구계획안의 핵심인만큼 1조5000억원을 받고 매각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매각주관사인 산은은 동부그룹이 당초 요청했던 경쟁 입찰 매각을 거부하고 포스코에 단독 입찰을 제시한 터라 딜이 성사되지 않으면 부담이 큰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최근 동부그룹을 압박하는 것은 결국 어떻게든 포스코에 팔겠다는 의지로 읽힌다"고 말했다.
김승미 기자 ask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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