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정부의 쌀 관세화 방침이 사실상 확정됐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쌀시장이 개방되고, 관세를 부과하면 자유롭게 다른 나라 쌀을 수입할 수 있게 된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은 11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앞두고 기자와 만나 쌀 관세화 문제와 관련해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관세화를 전제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재차 설명하면서 "피해를 받을 수 있는 분야에 대해서 대안을 마련하는 방안으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달 말 중에 정부 입장을 발표하고, 오는 9월30일까지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관세화를 통한 쌀시장 개방과 유예기간 연장 방안을 두고 고심을 거듭해왔으며, 6월 중에 결론을 내린다는 유보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관세화를 할 경우 쌀시장이 완전히 개방된다는 점에서 식량안보에 문제가 된다는 지적이 있었고, 또 관세화를 하지 않고 개방 유예기간을 연장한다면 의무수입물량(MMA)을 대폭 늘려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정부가 쌀 관세화로 가닥을 잡은 것은 현재의 MMA 물량과 쌀시장 개방 이후 수입되는 물량에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깔려 있다. 또 일본이나 대만의 사례를 비춰보면 관세화가 이뤄져도 국내 쌀시장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영향을 줬다. 이 장관은 "일본이나 대만의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 쌀시장이 경쟁력이 없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남은 과제는 농민단체들을 설득하는 것이다. 일부 농민단체는 쌀 관세화 여부가 국제적인 추세에 맞고, 우리 쌀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데 동의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농민단체들은 반대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 장관은 "정부가 설명회를 진행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농민단체들끼리 논의를 진행하도록 해 대안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개방 방침이 확정되면 관세율을 얼마로 정할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농식품부는 오는 20일 공청회를 실시한 이후 이 같은 방안을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김경규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공청회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을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정책관은 "관세화 여부와 상관없이 쌀 대책을 오래전부터 준비해왔다"면서 "만약 관세화를 한다고 해도 당장 수입물량이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고, 중장기적으로 우리 쌀산업이 어떻게 갈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종=이윤재 기자 gal-ru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