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인상 분 산정해놔 재무구조 큰 영향 없을 것으로 판단"
[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최근 개성공단 기업주인 A대표는 북한으로부터 근로자들의 임금을 3월과 8월에 인상해달라는 소식을 듣고 난감한 상황에 빠졌었다. 예년과 달리 3월에도 인상을 요구했기 때문. 전전긍긍하고 있던 가운데 우리 정부가 임금인상을 6월에 하는 것으로 북측과 합의하면서 A대표는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는 "2개월 앞당겨 지급되지만 이미 올초 경영계획을 세울때 8월 임금인상을 예견하고 반영했다. 재무구조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9일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들의 임금을 이달부터 5%인상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이미 예견된 일"이라며 "여기에서 합의를 봐 다행"이라는 분위기였다.
이날 통일부는 "개성공단 기업들이 이달부터 북 근로자들의 최저임금을 5%인상하는 것으로 북쪽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북 근로자들은 월 평균 최저임금으로 67달러에서 73.7달러로 약 6달러 오른 금액을 받게 됐다.
지난해 6개월여 공장을 닫아 재정상태가 녹록지 않은 입주기업들로선 5% 인상이 부담스럽지만 이것으로 그쳐 다행이라는 목소리다.
A대표는 "북한이 작년 몫까지 인상시켜 달라고 요구했는데 올해 인상분을 2개월 앞서 적용시키는 선에서 합의를 봐 다행"이라며 "올 경영계획상에도 8월부터 기본급 5% 인상을 전제로 인건비를 산정해놨었다. 2개월 앞당겨 지급되지만 이 정도 편의는 봐줄 수 있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B대표도 "북측에서 작년에 인상 못했던 5%까지 해달라고 해 난색을 표하던 상황에 이렇게 돼 한시름 놨다"는 설명이다. 그 역시도 "매년 5% 임금인상 해왔다. 기업들도 5%는 인상해야 할 몫으로 여기고 매년 경영계획에 포함했는데 올해도 그랬다"고 덧붙였다.
사업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입주기업도 불행 중 다행이라고 말했다. C대표는 "1회 인상으로 그쳐 다행"이라며 "국내 논리로 따지면 오히려 임금을 깎아야하지만 회사가 어렵다고 임금을 깎을 순 없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이면엔 아쉬움도 나타냈다. 그는 "5%인상이지만 잔업 등 근무상황 고려하면 두자리수로 인상될 것"이라며 "씁쓸하긴하다"라고 말했다.
대부분 입주기업들이 5% 임금인상을 예견하던 터라 심리적 부담은 크게 느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입주기업 한 대표는 "매년 5% 인상은 개성공단 규약에 나온 것인만큼 서로 상호간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이것마저 안 지키면 우리가 어떻게 사업을 하겠냐"라고 설명했다.
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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