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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취미가 등산? 촬영지 방문 외에 할 게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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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규제 완화해 산악관광 활성화해야"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 A씨는 이번 여름휴가를 맞아 프랑스 샤모니 마을에 머물 예정이다. 각종 케이블카로 해발 3842m 몽블랑을 비롯한 알프스 고봉들을 둘러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산악열차 빙하투어는 물론 스키장, 패러글라이딩, 트래킹 등 45가지 이상 아웃도어 스포츠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저녁마다 몽블랑 산 중턱 숙소에서 차를 마시며 내려다보는 풍경은 그야말로 그림이다.


반면, 한국 관광을 계획하는 중국 여대생 B씨는 등산일정은 고려조차 안하고 있다. 변변한 케이블카 없이 무조건 걸어 올라가라는 식이라 짧은 일정에 엄두도 나지 않는다. 숙박도 문제다. 정부 인증의 친환경 휴양림은 경쟁률이 100대 1이 넘는데다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던 대피소 숙소사진은 도저히 한국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열악했다. 사실 한국은 쇼핑과 드라마 촬영지 방문 외에는 할 게 없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풍부한 산악 경쟁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규제로 국민과 외국 관광객이 제대로 산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해외에는 활성화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가로막힌 분야를 정리해 '산악관광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제'를 국회와 정부에 건의했다고 9일 밝혔다.


전경련은 보전 vs. 파괴式 이분법적 접근방식으로 인해 해외에 활성화돼 있는 다양한 친환경 산악관광모델이 국내에 부재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일본은 아소산 절경과 고원지대를 활용해 대표적 농축산 복합테마파크(아소팜랜드)를 만들어 연간 440만 명 이상 이용객을 통해 지역 농축산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테마파크 내에는 건강테마호텔, 목욕시설, 식당 및 유기농 축산물 판매 등 다양한 시설이 있다. 그러나 국내 대관령 목장은 초지법ㆍ백두대간법ㆍ상수원법 등 덩어리 규제로 숙박시설은 커녕 관광객에게 밥 한 끼, 커피 한 잔 제공도 불법인 실정이다.

또 스위스ㆍ중국 등은 산 정상 부근 및 절벽 위에 숙박시설이 있어 일몰ㆍ일출을 보거나 종주여행 등으로 산에 1박 이상 머무르는 등산객의 명소가 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는 자연공원 내 숙박시설을 설립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경사도 기준으로 인해 절벽 위 숙박시설도 불법이다. 등산애호가들은 열악한 시설의 대피소에 1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예약하거나 새벽ㆍ야간 산행을 강행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숙박문제는 특히 여성 및 외국인들이 정상등반을 꺼리는 큰 요인이 되고 있다.


이 외에도 숲 속에 만들어진 친환경 구연동화숲 독일 메르헨발트, 나무 위에 집을 설치하는 캐나다 트리하우스, 건강보험에 산림ㆍ물치유를 적용해 지역인구 전체를 먹여 살리는 독일 뵈리스호펜 등이 우리나라에서는 근거법 미비 및 허용행위 열거방식(positive) 규정으로 도입에 난항을 겪고 있다. 호주 열대우림 케이블카, 스위스 산악열차, 미국 요세미티 및 몽골 테를지 국립공원 산악승마 같은 산악관광은 우리나라에서 위원회 및 허가절차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전경련은 국민들의 가장 즐겨하는 운동ㆍ취미가 등산일 정도로 산악관광 수요가 높으나 규제가 많아서 아웃도어 시장(2013년 약 7조원ㆍ세계 2위, 삼성패션연구소)외에는 추가 산업 활성화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규제완화 및 제도정비를 통해 산악관광ㆍ산림치유로 인구 2만 명 미만의 지역경제를 살리는 프랑스 샤모니, 스위스 체르마트, 독일 뵈리스호펜 등과 같은 모델이 국내에도 많이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산악관광 활성화를 위해 산악관광특구(假) 도입, 산 정상부근ㆍ절벽의 숙박시설 허용, 산림체험시설 및 친환경 숙박시설 법적근거 마련 등 다양한 제도정비를 건의했다. 특히 사실상 진입장벽인 보이지 않는 규제개선도 촉구했다. 실제 케이블카의 경우 24년간 국립공원위원회를 통과한 전례가 없어 사실상 도입이 불가한 실정이며, 산지ㆍ초지 승마장 설립을 위한 용도변경 허가절차는 환경단체 반대 등을 이유로 통과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산악관광이 활성화되면 그동안 산을 찾지 않았던 여성 및 노약자, 외국관광객 등 수요가 대폭 늘어나 지역경제 뿐 아니라 연관 제조업 활성화에 기여하는 만큼 산악관광 국민인식 개선 및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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