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삼성의 미래먹거리 중 하나인 의료기기 사업에서 계열사별 실적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초 인수한 삼성메디슨은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반면 삼성전자 의료기기 사업은 수출 실적이 크게 증가했다. 삼성이 메디슨이 인수 후 기업 문화 통합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자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의료기기 사업을 키워나가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메디슨은 1분기 631억원의 매출액과 6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했던 매출액 557억원과 영업적자 71억원에 비해 크게 개선되지 못한 실적이다.
2010년 초 삼성전자에 인수된 지 4년이 지났지만 삼성메디슨의 실적은 지속적으로 정체됐다. 인수 전인 2009년 당시 삼성메디슨은 매출액 2570억원과 영업이익 319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액은 2506억원, 영업이익은 7억원에 그쳤다. 국내 의료기기 시장이 매년 5% 내외로 성장한 것에 비하면 사실상 역성장했다는 평가다.
눈에 보이는 원인은 수출부진이다. 삼성메디슨은 주력 제품인 초음파 진단기기 수출이 가장 중요한 사업이다. 전체 매출의 80% 가량이 초음파 진단기기 수출에서 발생한다. 국내 의료기기 시장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수출이 늘어나야 매출이 늘어나는 구조다.
하지만 삼성메디슨의 수출은 지난해 2140억원으로 2012년 기록했던 2310억원 대비 7% 가량 하락했다. 삼성메디슨이 해외시장에서 GE나 필립스, 지멘스 등 대형 의료기기 업체들과 경쟁에서 밀리고 있기 때문에 수출부진을 겪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벤처정신이 강한 메디슨 문화가 삼성전자의 대기업 문화와 제대로 융합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 과정에서 영업과 연구개발 등 핵심 인력들이 많이 빠져나가 삼성메디슨이 제대로 사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삼성메디슨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의료기기 수출액은 1941만달러(200억원)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2012년 당시 100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던 의료기기 수출액이 지난해 크게 증가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자체 생산하는 디지털 X-RAY와 체외진단기 등의 수출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삼성은 2010년 의료기기를 포함한 5대 신수종 사업에 2020년까지 23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2012년 의료기기사업팀을 의료기기사업부로 격상하고 자체 의료기기 생산을 크게 늘리는 등 적극적인 사업확장을 꾀하고 있다. 의료기기 수출이 증가하는 것도 자체 개발 능력을 크게 키워 제품 수준을 높였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삼성메디슨의 PMI(인수 후 통합 작업)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는 있었다”며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자체적으로 의료기기 생산 역량을 키우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말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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