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충무로에서]투표해야 세금 적게 낸다

시계아이콘01분 38초 소요

[충무로에서]투표해야 세금 적게 낸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AD

우스갯소리이지만 정치인들은 선거 때 자신이 한 약속을 믿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고선 자신들이 믿지 않은 공약(公約)을 유권자들이 믿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는 것이다. 웃자고 지어낸 이야기겠지만 '속이는 자'와 '속는 자'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투표는 한 국가의 민주주의 체제를 지탱하는 생명줄이다. 투표란 유권자가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물론 자신이 투표한 후보자의 공약에 대한 재정 부담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의사 표시이기 때문이다. 이는 프랑스 계몽사상가 루소가 말한 국가와 유권자와의 사회계약(contrat social)론과 맥을 같이 한다.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은 의무 부담은 물론 권리 주장도 소극적으로 하겠다는 것으로 민주주의의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다.

민주주의는 왕정 체제와 달리 사회 구성원의 적극적 참여로 시행착오를 줄이는 장점이 있다. 특히 투표를 통해 '헛된 약속(空約)'을 하는 후보자를 가려내야 한다. 재정 부담이 큰 공약일수록 그러하다. 6ㆍ4 지방선거에 출마한 광역단체장의 주요 공약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예산을 모두 더하면 약 316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지난해 지방세 수입이 60조원 언저리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공약이 얼마나 허황되고 비현실적인지 금방 알 수 있다.


물론 국가(중앙정부)로부터 교부금 등을 받아 할 일도 있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업의 성사 여부는 '주는 자(국가)'가 결정할 일이지 지방자치단체장이 주도할 것은 아니다. 더구나 그 대부분은 개발 공약이다. 공항부터 고속도로, 항만, 고속철도, 지하철 등 대다수가 토목건설 사업이다. 하기야 멀쩡한 강줄기를 돌리고 소백산을 뚫어 한반도 대운하를 건설하겠다는 자연파괴형 공약도 있었으니 누구를 탓하겠는가.

지방선거는 지방 살림을 야무지게 함으로써 해당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문화와 예술을 꽃피우며, 어린 자녀의 교육과 안전한 생활을 책임질 일꾼을 뽑는 것이다. 따라서 보통 사람들에게는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을 뽑는 선거보다 지방선거가 자신의 삶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지고 보면 수백~수천억원이 들어가는 공항이나 고속도로 건설 등 대규모 토목사업은 지방정부의 몫이 아니다. 국가, 다시 말해 국회의원이 정부 예산안을 심의해 결정할 일이다. 통일ㆍ안보ㆍ외교 분야 등 국가의 거대 담론 결정도 대통령 선거에서 논의돼야 할 이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이러쿵저러쿵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지방선거 투표율이 총선이나 대선보다 낮은 것은 매우 걱정스럽다. 우리네 삶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지방선거에서 참정권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국가의 대사를 논할 것인가. 논리의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지방 행정이 하나하나 모여 국가 행정이 이뤄지는 것 아닌가.


아울러 이제 '우리가 남이가'식의 묻지마 투표 행태는 졸업할 때가 됐다. 그렇게 한들 해당 지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역대 선거에서 대통령을 가장 많이 배출한 대구 지역의 경제 및 재정 상태가 좋아졌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광주나 부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허무맹랑한 공약을 한 정치인은 투표로 퇴출시켜야 한다. 그래야 지방재정이 튼튼해진다. 지방재정이 건실해야 국가재정도 충실해진다. 공약을 남발해 당선되는 자가 따로 있고, 그 공약을 뒤치다꺼리 하기 위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 자가 따로 존재하는 모순을 시정해야 한다.


투표는 권리가 아니라 의무다. 차제에 '투표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하자. 투표권을 행사하는 유권자에게 공과금 등을 감면해주는 적극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헛된 공약(空約)을 이행하는 것보다 비용이 덜 든다. 한 번 시도해보자.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607:30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장례식이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당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매체 등에서 우크라이나 측 국제의용군에 참여한 한국인이 존재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2.0309:48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조응천 전 국회의원(12월 1일) 소종섭 : 오늘은 조응천 전 국회의원 모시고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솔직 토크 진행하겠습니다. 조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조응천 : 지금 기득권 양당들이 매일매일 벌이는 저 기행들을 보면 무척 힘들어요. 지켜보는 것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