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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위기의 연쇄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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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위기의 연쇄반응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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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cade of events(일련의 연쇄적 사건)'라는 말이 있다. 항공기나 원자력발전소의 경우 사고가 발생하면 치명적인 사태가 벌어지기 때문에 설령 어느 한곳이 잘못되더라도 다른 안전장치가 작동하도록 돼 있다. 6~7개의 안전장치가 서로 엇갈려 작동해 사고를 방지하도록 설계되는데 그 안전장치 전부가 모조리 무너져 대형사고로 연결되는 것을 말한다.


세월호 사고는 우리 사회의 안전장치가 모조리 고장 나 있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우선 작게는 다른 나라에서 이미 폐기 상태에 가까운 노후된 배를 들여와 개조한 것, 상습적으로 화물을 과적해 배의 복원력을 잃게 만든 것, 배가 침몰하는 위기 상황에 선장과 선원들만 먼저 빠져나온 것, 현장에 나타난 해경이 어이없을 만큼 아마추어처럼 대응한 점 등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보다 좀 더 위쪽으로는 감시와 견제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세월호 운영사인 청해진해운은 최근 5년간 여객선사 중 가장 많은 6건의 사고를 냈다. 일반적으로 이렇게 자주 사고를 내면 감독당국이 철저한 진상 조사를 해 근본 원인을 밝혀내고 안전 조치를 하도록 경고했어야 한다. 그런데도 감독당국은 침묵했다. 상선도 아닌 수백명이 타는 대형 여객선에 상습적인 화물 과적까지 눈감아 줬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겼는데 무슨 견제와 감독이 있었겠는가.


더 크게는 법과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1993년 수백명의 목숨을 앗아간 비슷한 여객선 전복 사고가 있었다. 그때도 불법 선박 개조 및 화물 과적이 문제였다. 당시 사건을 지휘한 담당 검사가 구체적인 문제를 적시해 법 개정을 요청했는데도 사건이 잠잠해지자 정부도 국회도 언론도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았다. 당연히 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림 속에 녹아내린 달리의 시계처럼 우리 사회의 안전시계는 지난 20년 동안 1990년대에 깨진 채 멈춰져 있었던 것이다.

시스템 측면에서의 의문은 또 있다. 승객 안전을 위해 새로운 배를 사고 승무원 안전교육을 시키는 데 재투자돼야 할 회사 자금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과 그 가족들에게 빠져나가는 동안 국세청과 금융정보분석원(FIU) 등의 자금흐름 감시시스템이 왜 작동하지 않았느냐다. 회사의 사실상 주인이며 탈세와 횡령으로 구속된 전력이 있는 유 전 회장이 찍은 사진을 상상할 수 없는 고가로 계열기업이 사들이고 있었는데 법인 정기 세무조사에서 왜 적발되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기업들의 자금 횡령이나 비자금 조성이 비상장 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현실에 비춰볼 때 매출액 일정액 이상의 대기업은 외부 회계감사를 받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한 이유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일본의 쉬쉬하는 태도와 잘못된 위기관리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개탄했다. 그런데 수백명 학생들이 청천벽력처럼 목숨을 빼앗긴 세월호 사고 이후에는 거꾸로 우리가 국제사회에 차마 고개를 들기 힘든 상황이 됐다. 잿더미 속에서 경제 기적을 이뤄낸 국가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내세워 왔지만 '선진국'이라는 단어에는 단순한 국내총생산(GDP) 순위나 수출입 순위같은 정량적 지표뿐만 아니라 정치와 경제 시스템 전반에 걸친 투명성과 국민의식 수준과 같은 정성적 지표도 포함된다. 이런 기준으로 본다면 우리가 선진국이 되기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한 사고였다.


세월호 사고가 행여 정치적으로 해석되거나 악용되면 우리 사회의 미비한 위기관리 시스템의 복원은 이뤄지지 않는다. 야당은 이 사건을 정치적 이슈로 삼아서는 안 된다. 정부ㆍ여당은 국민이 납득할 만한 통렬한 반성과 함께 시급히 법과 제도를 정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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