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요양병원 화재 참사란 말인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안전 경각심이 높아졌는데도 서울 지하철 추돌 사고, 경기도 고양 시외버스터미널 화재, 시화공단 화재 등이 잇따르더니 급기야 요양병원 화재로 노인들이 희생됐다. 오늘 새벽 0시27분께 전남 장성의 '효사랑 요양병원'에서 불이 나 대부분 70대 이상 고령인 노인환자 20명과 간호조무사 1명이 숨졌다.
신고를 받은 인근 담양소방서가 4분 만에 출동해 2분 만에 화재를 진압했다고 한다. 인명구조 작업도 바로 시작됐다. 소방서 측의 초동대응은 비교적 신속하게 이뤄진 셈이다. 그럼에도 다수 인명이 희생된 직접적 이유는 화재가 발생한 다용도실에 쌓여 있던 링거병과 의약품 등에서 엄청난 양의 유독가스가 발생한 데 있다고 한다. 불의의 사고에 대한 대비가 미비하고 사후 대응에 허술했던 요양병원 측의 문제도 심각하다. 요양병원 안전관리에 대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감독에 문제가 없었는지도 따져봐야 할 일이다.
화재 당시 요양병원에 15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었고, 처음 불이 난 별관에는 그중 간호조무사 1명을 포함해 2~3명이 있었다고 한다. 간호조무사는 잠자고 있는 환자들을 깨우러 다니다가 유독가스가 든 연기를 마시고 사망했다. 중풍ㆍ치매 등의 중증 환자가 대부분인 별관 입원환자 34명 가운데 20명이 대피하거나 구조되지 못해 사망했다. 일부는 병원 측에서 병상에 손을 묶어 놓아 대피할 수 없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눈을 뜨고도 몸을 움직이지 못해 덮쳐오는 유독가스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어르신들을 떠올리면 가슴이 미어지지 않을 수 없다.
화재의 원인은 누전 또는 누군가의 방화로 추정되고 있다. 누전이라면 가장 간단하고 확실한 안전장치인 누전차단기는 왜 작동하지 않았는가. 불에 타면 유독가스를 발생시키는 의약품의 관리는 제대로 이루어졌는가. 화재 당시 본관 근무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 환자들을 수용하는 요양병원인데 야간근무 인력이 너무 적지 않았나.
관계당국은 이런 의문들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 호들갑' 속에서도 대형 사고가 잇따르는 현실이 부끄럽고 참담하다. 특히 거동이 어려운 '노인'의 안전은 관심의 사각지대에 있었음을 우리 모두가 반성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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