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적용하기에 여러가지 '모순' 많아
-최대 2천만명 직무관련성과 상관 없이 명절선물 받으면 과태료 부과돼
-공무원의 경우 가족이 관련 업종 회사 다니면 직업 관둬야
[아시아경제 전슬기 기자]국회 정무위원회는 27일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공직자의 부정청탁을 금지하는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제정안(일명 김영란법)'을 논의했지만 처리에 실패했다. 김영란법의 처리 불발 원인은 공직자의 부정청탁을 금지하는 원안의 취지와는 달리 현실에 적용하기에는 '모순'이 많았다는 평가다.
김영란법은 금품수수 처벌, 적용 대상의 형평성, 이해 관계 충돌 문제, 부정 청탁 정의 등 네 가지 부분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 여야는 이날 금품수수 처벌과 적용 대상 형평성에 대해 의견을 조율해 해결점을 찾았으나. 이해 관계 충돌, 부정 청탁 정의 등에 대해서는 대안을 찾지 못해 결국 입법화에 실패했다.
일단 금품 수수 처벌의 경우 직무관련성 없이도 100만원 이상의 금품·향응을 받으면 형사처벌한다는 것에 여야는 합의점을 찾았다. 하지만 문제는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분이다. 법안은 금품 개념에 금전은 물론 음식물·주류·골프 등 접대·향응 또는 교통·숙박 등 편의 제공까지 포함하고 있다. 현행 '공무원행동강령'에 비춰 3만원 이상의 식사·선물을 금품수수로 간주할 경우 5만원 상당 과일박스를 명절선물로 받더라도 직무 관련성 여부과 관계 없이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금품수수 항목에서 제외되는 것은 관혼상제 뿐이다.
더군다나 논리적 형평성을 위해 적용 대상이 넓어져 자칫하면 전 국민이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영란법 초안의 적용 대상은 헌법기관, 국가공무원, 지방공무원, 공직유관단체의 공직자 154만8467명이 법 적용을 받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 하지만 형평성 문제가 있었다. 한국방송공사(KBS)와 교육방송공사(EBS)는 법 적용 대상이 되는 반면 문화방송(MBS)과 서울방송(SBS)은 아니며 국ㆍ공립학교는 포함되지만 사립학교는 제외됐기 때문이다.
이에 여야는 이날 적용 대상 범위에 언론사 전체 기관 관계자와 사립학교, 유치원을 포함했다. 이렇게 되면 직접 대상자는 186만명, 혈연관계 등으로 간접적용되는 가족들을 포함하면 적게는 560만명, 많게는 1786만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무원은 물론 공직유관단체(공공기관 등) 임직원, 국공립 사립학교 교사, 언론사 관계자들은 현찰과 상품권은 물론 업무와 관련되지 않은 사람으로부터도 식사 접대를 받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아울러 관계자들의 가족들이 받았을 경우도 과태료나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 일각에서는 관계자들의 범위를 딱 잘라서 규정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전 국민이 김영란법 처벌 대상 안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해관계 충돌 부분은 더 애매하다. 김영란법에는 이해관계 충돌 부분에서 제척ㆍ회피 조항을 구체화 시키지 못했다. 직무관련성이 있는 직종에 대해 가족들의 직업 선택에 제한이 따르게 되는 것이다. 이를 테면 안대희 국무총리 내정자의 경우 직무 관련성 범위가 넓기 때문에 가족들은 직업을 가질 수 없다. 국토부 공무원의 경우 동생이 건설회사에 다니면 둘 중에 하나는 직업을 관둬야 한다. 김용태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장은 "이해관계 충돌 부분은 국민 직업의 선택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고 말했다.
부정청탁 관련 처벌도 김영란법 처리에 큰 암초가 됐다. 여야는 부정청탁 부분에 대해 이해당사자가 직접 공직자에게 부정청탁을 할 경우 제재를 할 수 없도록 한 것은 물론 제3자가 공직자에게 청탁했을 때에는 최대 3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안을 논의했다. 이해당사자 본인 뿐 아니라 제3자가 청탁할 경우 무조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문제는 청탁이 정당한지 명확히 판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정부에 민원이나 청원을 제기했을 때 부정청탁으로 보여질 수 있다. 동양그룹 사태 피해자가 금감원에 ‘내 돈을 돌려 달라’고 호소하면 ‘부정청탁’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식이다.
정무위 한 관계자는 "김영란법 원안이 현실에 적용하기 어려운 점이 많아 공청회나 토론회 등을 거쳐 긴 시간 제대로된 논의가 필요했었다"며 "그런세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너무 졸속 심사를 거쳤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전슬기 기자 sgj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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