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 최근 본지는 '군피아(군인+마피아)'라는 단어를 사용한 기획기사를 연재했다. 세월호 침몰사건을 계기로 '관피아(관료+마피아)'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국방부 산하기관에는 낙하산 인사가 없는지 이 때문에 잘못된 점은 없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기사가 나간 후에 기자에게 수십통의 메일과 전화가 쏟아졌다.
절반은 항의였다. 항의를 한 독자들의 주장은 이렇다. 국방부 산하기관에 자문위원이었던 한 예비역은 "군에서 20년 이상 근무를 하면 군수품 품질관리에 달인이 된다"며 "국방부 출입기자가 어떻게 그런 기사를 쓸 수 있느냐"며 따져 물었다.
방산기업에 취업한 한 예비역 장성은 "평생을 국가를 위해 일했고 이제는 국가경제를 위해 취업을 했을 뿐"이라며 "개인적인 욕심이 있어 취업한 것처럼 왜곡된 보도를 했다"고 말했다. 군 골프장로 자리를 옮긴 한 예비역은 "평생 군인으로 지냈기 때문에 리더십이 몸에 익어 조직을 이끄는 데 가장 적합하다"며 "복지시설은 이윤을 추구하는 일반기업과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일리 있는 말이다. 하지만 반론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군에 20년 이상 근무하면 군수품 품질관리의 달인이 된다'는 대목이다. 맞다. 야전부대에서 무기체계를 직접 다루다 보면 정비병과가 아니더라도 전반적인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 하지만 기자에게 전화를 한 예비역 장교는 정책 분야에만 근무한 장교다.
방산기업에 취업한 예비역 장성도 마찬가지다. 그는 계룡대에서 근무할 당시 특정 무기의 구매를 합동참모본부에 요청했고, 다시 합참으로 자리를 옮겨 자신이 요청했던 무기를 승인해줬다. 이후 무기를 생산할 방산기업이 결정되자 그 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물론 예비역 장성들에게도 취업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그에게 묻고 싶다. 현역시절에 소령에서 중령으로 진급을 하지 못한 후배들을 위한 취업정책에 얼마나 기여를 했는지를. 국방부는 전역예정자가 사회로 되돌아가기 전에 취업을 위한 직업보도교육을 한다. 여기에만 매년 53억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붓는다. 하지만 최근 5년간 취업자수는 2009년 2265명, 2010년 2226명, 2011년 2020명에 이어 2012년에는 1471명으로 줄어들었다.
군 골프장에 취업한 예비역의 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군 복지시설은 이윤을 낼 필요가 없다. 말 그대로 군인복지를 위한 시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흑자가 아닌 적자 행진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경영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군은 골프장을 현역군인을 위한 '체력단련장'이라고 내세우지만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간 골프장 사용자 신분을 보면 예비역이 56%를 차지하고 있다. 현역 군인의 이용은 15.9%에 불과하다. 일부 군 골프장은 최근 이용자 수를 늘리기 위해 전동차(카트)를 도입했다. 이는 체력단련장이라는 취지에도 맞지 않다. 오히려 현역장교들은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누구를 위한 골프장인지 알 수 없다"며 "예비역들의 비용을 올려 골프장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군피아'. 왜 이런 말까지 생겼는지부터 되돌아봐야 할 때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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