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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월드컵 시청료 내라는 지상파의 甲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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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3사, 유료방송업체에 월드컵 재전송료 요구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280원? 얼마 안 된다. 100원 짜리 동전 2개와 10원짜리 동전 8개의 값어치다. 티끌 같은 280원이 모아져 1700억원이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지상파 3사가 '280원의 의미'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고 있다. 월드컵 'D-18'일을 앞두고 국내 방송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2014 브라질월드컵을 TV로 못 보는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월드컵 중계권을 가지고 있는 SBS·KBS·MBC 등 지상파 3사가 유료방송업계에 재전송료를 요구하고 나섰다. 우리나라 10가구 중 9가구는 유료방송에 가입해 TV를 시청한다. 지상파와 유료방송업계의 월드컵 재전송료 매듭이 풀리지 않으면 국민들은 월드컵을 볼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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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업계는 지상파 3사에 가입자당 월 280원의 재전송료를 지불하고 있다. 유료방송 가입자를 1750만명으로 본다면 연간 1700억원에 이르는 규모이다. 시청자들은 유료방송업체에 요금을 지불하고 유료방송업체는 이중 280원을 지상파에 주는 셈이다. 재전송료 280원은 궁극적으로 시청자들로부터 나온 것이다. 어느 유료방송에 가입해 있든 국민들은 지상파를 어떤 제약도 없이 볼 수 있어야 하는 이유이다.


느닷없이 지상파 3사가 브라질월드컵 재전송료를 들고 나선 이유는 명확하다.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지나치게 높은 돈을 주고 중계권을 땄기 때문이다. 때마침 광고시장은 위축됐고 월드컵 붐도 국내에서 일지 않았다. 엄청난 돈을 들여 중계권을 획득했는데 수익이 형편없으니 유료방송업체에 추가 전송료를 내라고 주문한 것이다. 중계권을 획득한 데는 그것을 넘어서는 수익이 있을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일 것이다. 광고시장이 얼어붙고 붐이 일지 않는다고 자신들이 감당해야 할 몫을 유료방송업계에 떠넘기는 것은 지상파의 '갑(甲) 문화'에 다름 아니다. 지금까지 특정 행사와 프로그램에 대해 재전송료를 지불한 적도 없다.

월드컵은 전 세계인이 시청해야 하는 공공재이다. FIFA의 상업적 작태야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 않은가. 지상파 3사가 유료방송 시청자들을 볼모로 월드컵 재전송료를 요구하는 것은 치졸하다. 월 280원의 재전송료에 그 모든 것이 들어있다. 여전히 '갑 문화'에만 젖어 있는 지상파 3사를 보면서 측은한 마음만 든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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