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지난 13일 평양시 평천 구역의 아파트가 붕괴한 직후 평양 시민이 이용하는 휴대전화를 통해 참사 소식이 평양 시내에 빠르게 확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는 22일(현지시간)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의 보도를 인용해 아파트가 무너진 직후 건물 더미에 묻힌 생존자들이 휴대전화로 구조를 요청하거나 가족과 연락하면서 사고 소식이 평양 시민 사이에 순식간에 퍼져나갔다고 전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RFA에 "여러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들은 이야기"라면서 "건물이 순간 무너졌다고 하는데, 생매장된 상태의 사람들이 구조를 요청하거나 가족에게 연락하기 위해 휴대전화로 외부와 연락을 해 어디에 있는 무슨 건물이 무너졌다는 소식이 순식간에 평양 시민에게 알려져 정보통제가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아시아프레스’는 휴대전화를 통해 아파트 붕괴소식이 순식간에 확산했다는 말을 여러 정보협력자를 통해 들었다면서 북한 당국이 아파트 붕괴에 관한 정보의 확산을 막는데 실패한 것으로 평가했다.
실제로 북한 당국은 사고 발생 5일째인 지난 18일 이례적으로 아파트 붕괴사고에 대해 직접 사과하고 이를 관영매체를 통해 보도했다. 그 배경에는 이번 사고에 대한 잘못을 신속히 인정해 피해자인 핵심지지층의 불만을 서둘러 잠재우고 김정은 제1위원장이 민심을 세심하게 살피는 지도자라는 점을 대내외에 보여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RFA는 평가했다.
아파트 붕괴 사고 소식을 더는 감출 수 없을 만큼 빠른 정보의 확산도 북한 당국이 이번 참사를 이례적으로 공식 인정한 이유 중 하나였을 것이라고 이시마루 대표는 분석했다.
지난해 5월 말 현재 북한에 보급된 휴대전화는 200만대를 돌파하면서 환율과 장마당 물가 등 정보의 흐름이 휴대전화를 통해 이뤄지고 있으며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와 북한 전문가들은 휴대전화가 정보의 유통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에서 아파트 붕괴 소식이 휴대전화를 통해 순식간에 알려지면서 북한 당국이 참사 소식을 예전처럼 감출 수 없었다면 앞으로 평양은 물론, 북한 내에서 정보 유통의 매개체로 휴대전화의 긍정적인 역할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RFA는 전망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