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라면 마니아인 김성규(31ㆍ남)씨는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을 구매하기 위해 편의점에 들렸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구매한 라면을 집에서 끓이고 보니 불닭볶음면이 아닌 팔도의 '불낙볶음면' 이었던 것이다. 삼양식품은 김씨와 같은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자 팔도에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하지만 팔도는 '문제되지 않는다'라는 입장을 보였고, 이에 삼양식품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판매 중지를 요구하는 사용중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식품업체에서 제품의 내용물이나 용기 등을 비슷하게 흉내낸 미투(mee too) 제품은 관행처럼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선발업체인 삼양식품과 후발업체인 팔도의 제품이 이름과 패키지까지 모두 흡사해 소비자에게 혼동을 주고 있다. 이에 매출에 타격을 받은 삼양식품이 강력한 메스를 꺼내든 것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21일 "유사 제품을 내놓은 팔도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지만 소비자들의 불만과 항의가 많아 소송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과 팔도의 불낙볶음면은 검은색 바탕에 빨간색 글자, 주재료인 닭과 낙지의 그림, 포장까지 비슷하다.
때문에 앞서 불닭볶음면을 내놓은 삼양식품의 입장에서는 유사 제품으로 인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그러나 팔도는 이 같은 지적에 반박하고 있다. 팔도 관계자는 "불낙볶음면은 제조 단계부터 상표와 디자인까지 법무팀에서 검토한 제품으로 문제가 없다"며 "명백하게 맛과 향이 다른 별개의 제품"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이어 "지난 16일 법정에서 (팔도)입장을 충분히 밝혔다"며 "비빔면의 경우도 디자인과 패키지가 유사한 제품이 잇달아 출시됐지만 문제삼지 않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업계 관계자는 "농심이 출시한 하모니의 경우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과 명백하게 구분되지만 팔도의 불낙볶음면은 유사한 점이 많아 어떠한 결론이 날지 모르겠다"며 "다만 팔도의 꼬꼬면이 한창 인기를 얻을 당시, 삼양식품도 유사 제품인 나가사키 짬뽕을 출시, 큰 재미를 누렸음에도 이를 소송으로 비화한 것은 지나쳐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삼양식품 소송의 1심 판결은 다음달 중순께 내려질 전망이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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