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담화에서 밝힌 세월호 참사 관련 대책을 구체화하기 위한 후속 조치 마련에 착수했다. 국가안전처 신설과 해양경찰청 해체 등 정부조직 개편, 관피아 근절 및 공무원 채용 방식 혁신, 진상조사위원회를 포함한 특별법 제정 등을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검찰도 내일 검사장 회의에서 민관유착 척결 방안을 논의하기로 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정부가 대통령 담화의 후속 조치를 신속하게 추진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지만, 그에 앞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일이 있다. 아직도 돌아오지 않은 17명의 실종자를 찾는 일이다. 실종자를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들은 대통령 담화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실종자에 대한 언급이 한마디도 없었던 데다 해경 해체로 실종자 구조와 수색에 차질이 빚어지지는 않을까 우려한 때문이다.
실종자 가족들은 어제 기자회견에서 "해경이 크게 동요해 수색에 차질을 줄 것은 명약관화하다"며 "정부는 마지막 1명까지 구조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는 것이냐 없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령 담화는 정부가 실종자 구조 원칙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대통령까지 성토했다. 수색 작업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해경 해체를 발표해 실종자 가족들의 걱정과 분노를 산 셈이다.
정부가 실종자 구조의 원칙을 저버렸을 리는 없다. 박 대통령이 담화 후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마지막 한 명까지 실종자 수색과 구조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한 게 그 방증이다. 김석균 해경청장도 "조직원들의 심적 변화는 있겠지만 수장으로서 독려해 마지막 실종자를 찾는 순간까지 총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실종자 가족에 믿음을 주지 못해 불안하게 만든 것은 불찰이다.
해경을 해체한다고 했지만 엄정하게 말하면 조직과 기능의 개편이다. 구조 기능과 인력이 없어지는 것도, 또 당장 해체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해경 내부의 동요로 사기가 떨어져 구조 작업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실종자 가족을 두 번 절망케 해선 안 된다. 정부는 해경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실종자 구조에 한 치 빈틈이 없도록 독려해야 한다. 그것은 초동 구조에 실패한 해경이 국민과 희생자들에게 속죄하며 거듭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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