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대단지 분양은 대박나는데…
지방·소규모 단지는 통경매 수두룩하고 공사 중단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부동산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수도권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대형 건설사들이 짓는 대단지 아파트 쏠림 현상이 확연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방 중소건설사들의 아파트는 분양에 실패, 자금난을 이기지 못해 경매로 내몰리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9일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 1분기 3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 단지가 한 번에 법원 경매에 나온 물건은 15개 단지, 2202가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9개단지의 944가구보다 233% 늘어난 물량이다.
금융위기의 여파가 본격화한 2010년 22개 단지, 3607가구가 경매장에 나온 이후 지난해까지 꾸준히 감소세를 보였지만 올 들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최근 공급 과잉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세종시에서도 올해 295가구가 경매에 나왔다.
하유정 지지옥션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쏟아졌던 통경매 물량이 조정국면을 맞다 올해부터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다"면서 "과거부터 누적된 물량인 데다 대부분 지방의 입지가 좋지 않은 곳이어서 경매를 통한 매각도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세종시와 혁신·기업도시 등 대규모 택지개발로 인한 신규 아파트 공급이 늘면서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고 입지가 좋지 않은 단지들이 외면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아파트의 브랜드와 단지 규모는 단지내 커뮤니티시설 등 정주 여건, 향후 집값 등과 직결되는 점도 중소 단지 분양이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세종시와 혁신·기업도시 등의 영향으로 상승기를 보이던 지방 부동산시장에 공급이 늘어난 영향"이라며 "수요자들의 관심이 대형 건설사들의 대단지 분양 물량에 집중되면서 미분양으로 인한 자금난을 견디지 못한 중소건설사들의 소형 단지들이 경매로 내몰린 결과"라고 진단했다.
이 같은 현상은 기존 재고주택과 신규분양 시장의 양극화와도 맥이 닿아 있다. 기존 주택시장은 좀처럼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지만 최근 신규 분양 단지들이 평균 수십대 일의 경쟁률로 순위 내 마감에 성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커진 가운데 지방에서 수차례 정적된 경매 물량은 소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주택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중소건설사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건설업 면허를 갖고 있는 업체의 수는 2007년 1만2842개에서 매년 감소세를 보이며 가장 최근 조사한 2011년에는 1만1545개로 10.1%(1297개) 감소했다. 업계에선 지방을 중심으로 건설업체가 더욱 줄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감소세를 보이던 통경매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는 건 주택시장의 기반이 취약하고 건설사들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는 증거"라면서 "중소 건설사의 파산과 지방 경기 위축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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