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원화 강세의 영향으로 관세 수입에도 비상이 걸렸다. 지금과 같은 환율이 연중 유지된다면 관세 수입은 정부의 예상보다 8000억원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9일 기획재정부와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국세 수입 예산안 가운데 관세 수입은 10조5506억원이다. 지난해 추가경정예산과 비교하면 3000억원 늘어났고, 작년 관세 실적(10조6000억원)과는 비슷한 수준이다.
올해 관세 수입액은 환율 하락의 여파를 그대로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예산안을 마련할 때 기준으로 삼는 환율은 예산안 작성 직전 3개월 평균으로 구한다. 2014년 예산안은 지난해 10월1일에 국회에 제출됐고, 환율은 직전 3개월인 2013년 7~9월 평균 환율이 적용됐다. 이 3개월 평균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10.59원이었다.
9일 오전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022.9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예산안 작성 시점과 비교하면 8% 가량 환율이 하락했다. 지금과 같은 환율이 올해 내내 지속된다면 관세 수입 역시 8%, 8440억원가량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환율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는 데 있다. 이 경우 관세 수입 축소폭은 더욱 커지게 된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는 환율이 세자리수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면서 "1010원 안팎에서 환율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환율이 떨어지면 관세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고, 관세는 환율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다만 환율이 떨어지면 수입량이 늘어나는 효과를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율하락이 수입증대를 가져오면 환율에 따른 관세 감소효과를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다만, 세월호 사고 등의 여파로 내수가 침체된 상황에서 환율하락이 수입증대로 이어질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관세청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관세 환율은 시중 환율에 비해 더 높게 적용된다"면서 "1분기에는 큰 영향이 없었지만 환율이 하락이 지속된다고 가정한다면 관세 수입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세종=이윤재 기자 gal-r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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