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국회 본회의를 2일 통과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에 '제조사 장려금 자료제출 의무화' 항목이 포함되면서 휴대전화 제조사들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단통법이 시행령 마련 후 오는 10월 시행되면, 삼성전자·LG전자·팬택 등 제조사들은 장려금 및 출고가 관련 자료를 주무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에 보고해야 한다.
삼성전자 등 제조업계는 이날 단통법 통과에 대해 "미래부에서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했기 때문에 좋은 성과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한다"며 환영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그간 삼성전자 등은 단통법 시행에 대해 우려를 표명해왔다. 단통법이 시행되면 장려금 등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내부 자료가 드러난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통해 국내 영업전략이 해외 거래선들에 노출되면 협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왔다. LG전자와 팬택은 단통법에 대해 기본적으로 찬성하며 통과를 환영한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갖고 있지만, 제조사 입장에서는 단통법 시행 후 부담 요인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법안 논의 및 심의 과정에서 자료 제출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 하기 위해 제조사 각각의 장려금은 공개하지 않고 제조사들의 장려금 합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일부 조항이 개정됐으나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한 제조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조사들의 장려금 전체 규모만 공개돼도 각사의 대략적인 장려금 규모는 추정할 수 있다"며 "단말기 출고가에 보조금이 포함돼 있고 이는 영업비밀에 해당하므로 글로벌 경쟁 환경하에서 이 내용이 공개되는 것은 제조사 입장에서 부담"이라고 말했다.
애플 등 해외 제조사는 단통법 적용을 받지 않아 장려금 공시의무가 적용되지 않는 점도 한계다. 해외 제조사는 단통법 시행 이후에도 종전과 같이 영업을 이어갈 수 있어, 국내 제조사가 상대적으로 불리한 환경에서 경쟁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다른 제조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조사의 장려금 총 규모가 공개된다고 해서 당초 의도 대로 휴대전화 출고가가 인하될지는 미지수"라며 "장려금 공개에 부담을 느낀 제조사들이 이를 제한하면서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소비자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금력이 약한 제조사 입장에서는 과도한 장려금 경쟁이 잦아들어 공정경쟁 환경이 조성되는 것을 일면 찬성하면서도, 실제 소비자가 부담하는 가격이 높아지는데 따른 소비 축소를 우려하고 있다. 또다른 제조업계 관계자는 "유사한 사양의 스마트폰인 경우 같은 값이면 아무래도 브랜드 파워를 무시하지 못한다"며 "출고가 인하 역시 국내외 시장 상황을 고려해 이뤄져야하는 만큼 앞으로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단통법은 제조사 장려금 관련 자료제출 의무화 외에도 보조금 차별 금지, 보조금 또는 요금할인 선택 가능, 고가 요금제 강제 제한 등을 골자로 한다. 단통법은 시행령이 마련된 후 오는 10월 시행될 예정이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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