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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스토리인물史]漢 문제, 23년의 태평성대를 이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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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스토리인물史]漢 문제, 23년의 태평성대를 이루다 박종구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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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文帝ㆍBC 202~BC 157)는 전한의 제5대 황제다. 한 고조 유방의 4남으로 이름은 항이다. 고조 사후 사실상 16년간 국정을 전횡한 여후가 사망하자 승상 진평과 태위 주발은 쿠데타를 일으켜 유씨 왕조를 부활하고 대왕 유항을 문제로 옹립하였다. 문제는 왕실과 조정의 권위를 바로 세우고 민생안정과 국력신장에 온 힘을 기울였다. 그의 아들 경제도 선왕의 정책을 잘 지켜나가서 문제와 경제의 치세를 문경지치(文景之治)라 한다.


대왕 유항이 황제로 중신들에게 추대된 것은 그의 모친인 박씨가 심성이 어질고 그녀의 친정도 처신이 반듯했기 때문이다. 외척인 여씨 일가의 전횡에 넌더리가 난 유씨 왕실과 조정 중신이 원만한 인품의 유항을 황제로 추대한 것이다. 박부인에 관해서는 흥미 있는 일화가 전해진다. 그녀는 궁녀 시절 고조의 총애를 받은 관부인이나 조자아와 친분이 두터웠다. 그들은 서로 "우리 중에 누가 출세하더라도 다른 사람을 잊지 말자"고 언약했다. 관부인과 조자아는 유방의 후궁이 되었고 유방에게 옛날 한 약조를 얘기했다. 고조는 박부인의 처지가 가여워 단 한 번 총애를 하였는데 유항이 태어난 것이다. 유항의 모친 박부인의 심성, 부인 두씨의 인품 등이 골고루 감안된 황제 옹립이었다.

제위 초기에는 공신 진평과 주발의 보좌에 힘입어 흐트러진 민심 수습에 진력하였다. 특히 지모의 현상으로 불리는 진평은 탁월한 재상이었다. 인접국과 전쟁을 삼가고 민생안정과 농업생산 증대에 정책의 역점을 두었다. 진평의 재상론은 오늘날도 음미할 가치가 있는 명언이다. "재상이란 위로는 천자를 보좌하며… 밖으로는 사방의 오랑캐와 제후들을 다스리고 안으로는 백성을 친밀하게 복종하도록 하여 관리들이 그 직책을 제대로 수행토록 합니다." 현대판 책임총리론이 아닐 수 없다.


경제정책 측면에서는 고조 시대의 토지세인 지조를 절반으로 감축하였고, 농지의 세금을 12년간 면제하여 민생을 안정시켰다. 백성들의 노역을 대폭 줄이고 진나라 이후 악법인 연좌제와 고문형을 없앴다. 그는 일평생 검소한 생활을 실천하였다. 음식, 의복, 침소 등이 한결같이 질박하고 사치와는 거리가 멀었다. 묘를 조성하는 데 금은동석과 옥 사용을 금지하고 오직 와기만을 썼다는 사실에서 그의 수수한 인품이 잘 드러난다. 덕분에 정부의 재정은 오랜 기간 흑자를 기록했고 아들 경제 때는 엄청난 세계잉여금이 축적되었다. 한 무제가 흉노 정벌, 한사군 설치 등 적극적 대외정벌에 나설 수 있었던 튼튼한 물적 토양을 만들어 주었다.

커다란 업적 중 하나는 흉노와의 전쟁을 극력 피한 점이다. 당시 흉노는 북방지방을 점령하고 있었는데 뛰어난 전투력으로 중국 변경을 늘 침공하였다. 한 고조가 평성 전투에서 거의 포로가 될 정도로 참패한 것도 흉노의 강력한 군사력 때문이었다. 그는 흉노에 대해 화친 제일주의로 나갔다. 변경 수비를 엄중히 하고 흉노가 가끔 변경을 침범해 약탈 행위를 하였지만 대규모 전쟁으로 비화되는 것을 막았다. 이 덕분에 엄청난 국력의 소진과 재정의 고갈을 피할 수 있었다.


진평과 주발 이후에는 가의가 신임을 받았다. 가의는 뤄양(낙양ㆍ洛陽) 출신으로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정연한 논리로 여러 가지 시국책을 건의하였다. 가의는 철저한 중농주의자였다. 세상이 사치로 흐르고 농업이 경시되는 것을 경계하였다. 농업이 세상의 본업이고 상업은 말업(末業)으로 보았다. 한 왕실은 지방 제후왕의 힘을 약화시키려 하였다. 강력한 중앙집권체제가 확립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천하가 혼란스러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제후왕의 반발은 결국 경제 시절 오초칠국의 난(BC 154)으로 이어졌다.


천하는 태평하였다. 문제 23년의 치세 동안 대규모 전쟁이나 왕실의 정변은 없었다. 세금은 줄었고 가혹한 처벌이나 인권유린도 최소화되었다. 천하는 잘 다스려졌고 사람들은 오랜만에 전란의 충격에서 벗어나 휴식할 수 있었다. 태평성대가 찾아왔다. 태산(泰山)에 제사 지내는 봉선(封禪) 자격이 있었지만 사양했다. 그의 유언은 천하 백성들은 사흘만 복상하라는 것이었다.






박종구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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