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생산 임팔라 도입해 국내생산 알페온 대체
노조, 신차계획 없고 물량 줄이고 있어 국내 철수 의심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한국GM이 미국에서 생산하고 있는 준대형 세단을 국내에 들여와 파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확정하고 구체적인 출시시기만 남겨둔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는 같은 급의 차량이 내년 상반기 단종될 예정인 가운데 자체 신차개발 프로젝트를 가동하지 않고 있는데다 미국산 세단 수입 판매 움직임까지 감지되자 노조를 중심으로 GM의 한국 철수 시나리오가 가동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일고 있다.
21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인천 송도지역에 있는 PDI(Pre-Delivery Inspection) 외주업체를 선정했다. PDI란 해외에서 수입되는 차량을 선박에서 하역한 후 각종 이상유무를 검사하는 업체다.
이번 외주업체 선정은 한국GM의 모회사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미국에서 만드는 준대형세단 임팔라 수입을 위한 사전작업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직원들에게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진 않았으나 초기 어느 정도 물량을 수입할지에 대해서도 검토가 끝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마크 코모 한국GM 마케팅·영업담당 부사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임팔라 수입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그는 지난달 미디어를 대상으로 한 시승행사에서 차기 신차계획을 묻는 질문에 "임팔라는 미국에서 기대 이상으로 큰 성공을 거뒀으며 한국서도 잘 팔릴 가능성이 크다"며 "기회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GM이 외부에서 차를 수입해 국내에 파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사명을 바꾸기 전인 GM대우 시절까지 포함하면 대형세단인 스테이츠맨과 베리타스를 호주에 있는 GM 계열 홀덴에서 수입해 국내에 팔았지만 성적은 시원치 않았다.
쉐보레의 스포츠카인 카마로와 콜뱃, G2X 등도 수입해 국내에 판 적이 있거나 현재 판매중이다. 한국GM 관계자는 임팔라 수입준비와 관련해 "가능성 차원에서 언급이며 아직 도입시기나 물량을 정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GM이 임팔라의 국내 투입을 검토중인 건 내년 5월 전후로 단종되는 알페온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알페온은 2010년 출시된 준대형 세단으로 내년 상반기까지만 부평공장에서 생산된 후 하이브리드모델을 제외하고는 단종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관계자는 "구체적인 단종시기는 국내 시장상황 등을 감안해 GM 측과 논의해 결정하며 아직 구체적인 시기를 확정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한국GM 안팎에서는 최근 개발을 마치고 내년 출시를 앞둔 경차모델을 끝으로 자체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신차개발 프로젝트가 없는 만큼, 이번 결정으로 제대로 된 완성차회사가 아닌 단순히 해외의 차를 수입해 파는 회사로 전락하는 게 아닌지 우려하는 분위기기 강하다.
특히 쉐보레 브랜드 유럽철수로 군산공장 등의 생산물량이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부평·창원 등 다른 공장까지 생산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완성차업계 한 관계자는 "쌍용차가 해외자본에 휘둘려 기술유출 등의 일을 겪었듯 한국GM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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