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한동안 공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지홍(58)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등 인사검증동의서를 제출한 후보들이 낙점을 기다리고 있지만, 15일에도 추천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임기를 마친 임승태 위원은 14일 오후 퇴임식을 끝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김 교수를 포함한 일부 인사들이 인사검증동의서를 제출해 사전 검증을 이미 마쳤지만, 아직 청와대의 재가가 나지 않았다"면서 "15일에도 기관 추천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 금통위원은 2000조원에 이르는 통화와 3000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움직이는 자리다. 3억원 남짓의 연봉에 임기를 보장받고, 국내외 핵심 경제 정보를 모두 들여다볼 수 있는 요직이다. 명예와 실리를 함께 얻을 수 있는 자리인만큼 대기자가 줄을 선다. 이 때문에 금통위원 추천권을 둘러싼 알력도 만만치 않다. 2012년에는 양대노총과 중소기업청에 추천권을 달라는 내용의 한은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통화정책의 연속성을 이유로 임기 연장(4년→6년)을 주장하는 의견도 있지만, 탐내는 사람이 많은 자리여서 수용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관가와 정치권의 중론이다.
유력한 차기 금통위원 후보로 거론되는 김지홍 KDI 교수를 두곤 평가가 엇갈린다. 전·현직 KDI 연구원들은 "김 교수의 전공 분야와 통화정책은 거리가 멀다"면서 "경영학 박사인 김 교수가 거시경제정책을 다루는 금통위원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건 뜻밖"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는 "김 교수가 KDI 대학원 개발연수실장을 맡아 새마을 운동 등 저개발국에 한국의 발전 경험을 전파해온 만큼 정무적인 해석도 가능해 보인다"는 의견을 내놨다.
물론 반론도 있다. 일부 한은 인사와 국제금융기구 출신 관료들은 "김 교수가 본래 경제학과 출신인데다 세계은행(WB) 시절 국제경제의 흐름을 현장에서 지켜봤고, KDI에서도 거시경제 전반에 대한 시야를 넓혔다"면서 "실력과 인품을 두루 갖춘 인물"이라고 호평했다. 김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UC버클리대에서 경영학 박사 과정을 마쳤다.
김 교수는 하마평에 올라 여러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 대해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는만큼 입장을 밝힐 때가 아니다"라면서도 "오랜 시간 국제경제의 현장을 지켜봤고, 새마을 운동 관련 언급은 내 이력에 대한 정보를 잘못 알고 하는 말"이라면서 전문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 외에 함께 거론되는 후보로는 기획재정부 차관을 지낸 허경욱(59)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와 함준호(50)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이인실(58)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등이 있다.
관료 출신인 허 전 대사는 기업은행 신임 행장 인선 등 금융권의 큼직한 공석이 생길 때마다 후보군으로 거론돼왔다. 함 교수는 KDI 연구위원과 금융발전심의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다. 통계청장을 지낸 이 교수는 여성 프리미엄에 실무 경험이 풍부하다는 게 강점이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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